윤 전 총장 ”페미니즘 정치적 악용돼...
국가·국민 위한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정치권 안팎 반발 거세
진중권 “선 넘은 발언...여성폭력에 편승하려는 태도 용서 안돼”
민주당 “해괴한 반여성 망언”
강민진 “윤석열이 허락한 페미니즘 원치 않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권 안팎에서 “선을 넘었다”, “해괴한 발언”, “윤석열이 허락한 페미니즘” 등 비판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서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막는다”, “페미니즘은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도록) 건강해야지 선거나 집권 연장에 악용돼선 안 된다” 등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밤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중도층, 특히 여성들이 용서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건 사회 상식의 문제다. 남성은 ‘건강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규정할 수 없다. 건강한 대선 후보라면 이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선거 전략이래도 나쁘고, 본인의 소신이라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밤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을 비판했다. ⓒ유튜브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밤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을 비판했다. ⓒ유튜브 캡처

진 전 교수는 “이준석 당대표 당선의 후폭풍 아니면 악영향이다”라며 “정치적 목소리가 강한 2030 남성들에게 호소하면서 여성 전체를 적으로 돌려버리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릇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일부 남성들이 안산 선수에게 페미니스트 낙인을 찍어 공격한 일, GS25 홍보물 ‘남혐 손가락’ 지적에 디자이너가 징계 받은 일 등을 언급하며 “이런 집단적 폭력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자기들의 선거 전략에 이용하기 위해서 폭력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고, 심지어 대선 후보가 나와서 거기서 편승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건 저로선 용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브리핑을 통해 “해괴한 발언”이라며 “윤 전 총장의 반서민, 반여성, 반자본주의 망언에 망연자실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도 일제히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의 전용기 대변인은 논평에서 “저출생 문제의 본질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국민을 편 가르기해서 서로 증오하게 하고, 대중의 지지를 위해 소수에 대한 차별도 서슴지 않는 행태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격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모르면 차라리 가만히 있고 국민들께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캠프의 경민정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페미니즘과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6·10항쟁 이한열 열사를 부마항쟁과 연결하는 것보다 더 어이없고, 엉뚱하고, 난데없고, 뜬금없는 무식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비판에 나섰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2일 “여성을 출산 기계로만 여기는 전형적인 전근대적 발상의 전형이다. 도대체 그동안 과외는 무슨 과외를 했다는 건지, 그 과외에 젠더에 관한 공부는 없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2일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윤석열이 허락한 페미니즘’을 별로 원치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남녀 간 교제에 성평등이 없다면 건전한 교제이기는커녕 폭력과 차별로 얼룩진 관계일 것이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그 자체로 국가를 위한 정책”이라고 했다.

또 “‘건강한 페미’ 구분 짓는 감별사 자처하며 훈계하지 말고, 여성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먼저 공부하라.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페미니즘 발언에 반발이 일자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페미니즘이 좋은 뜻에서 쓰이면 되는데, 정치인들 입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쓰이면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는 것보다 갈등을 유발하는 면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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