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환자 위한 삼육서울병원 간호사들의 ‘마음간호’ 화제

코로나19 현장스토리 2차 공모전 사진 출품작. 방호복을 입은 삼육서울병원 이수련 간호사가 90대 할머니과 화투를 활용한 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제공
코로나19 현장스토리 2차 공모전 사진 출품작. 방호복을 입은 삼육서울병원 이수련 간호사가 90대 할머니과 화투를 활용한 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제공

음압병동에 홀로 격리된 90대 코로나 확진자를 위해 방호복을 입은 채 화투로 치는 간호사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사진 속 주인공은 삼육서울병원 간호사 이수련(29)로 밝혀졌다.

대한간호협회는 이 사진이 올해 협회가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된 것이라고 전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일 서울의 삼육서울병원(병원장 양거승) 음압병상에 코로나에 확진된 박모(93) 할머니가 입원했다. 요양원에서 감염돼 코로나 전담병원인 이 병원으로 이송된 할머니는 고열로 기운이 뚝 떨어진 중등도 치매 상태였다. 코로나 병동에 배치된 10여 명의 간호사들은 할머니가 병실 침대를 꺼리고 낙상 위험이 있어 병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다른 입원환자들과 달리 고격리병실에서가 격리병실에서 적적해하고 재활치료 하자, 재활치료 간호 경험이 있던 한 간호사가 치매 환자용 그림 치료를 제안했다. 화투를 이용한 꽃그림 맞추기와 색연필로 색칠하기였다.

양소연(33) 간호사는 “치매에 보호자도 없이 홀로 병실에 계시는 게 너무 위험해 보였고, 입원 이튿날부터 놀이 시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인 이수련 간호사는 “격리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 밖에 없지 않나.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림 그리기 내내 졸기도 했지만, 이씨 등 간호사 10여 명은 서로 돌아가면서 그림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의 식사 챙기기부터 기저귀 갈아주기 등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간호사들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주선해주기도 했다.

할머니는 보름간 이 병원에서 입원해 코로나 중등도에서 경증으로 바뀌면서 ‘음성’판정을 받고 보름만에 퇴원했다.

간호사 경력 7년차인 이씨는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저도 감염될까 두렵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을 안심하게 배려하고,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이씨는 코로나 병동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에 대해 “입원 환자 중 3명이 사망했다.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유리창 너머로 가족들과 이별하는 광경이 가슴 아팠다”이라고 말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두터운 방호복을 입고 숨쉬기 힘들고 땀이 비 오듯 하는데도 환자를 정성껏 위로하고 돌보는 광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호사의 모습”이라며 “코로나에 지친 모든 국민들에게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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