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여성단체·민주노총
잇따라 비판 성명 발표
“대한체육회, 비상식적 공격으로부터 선수 보호하라”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이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가 30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한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과 혐오 확산에 노동·시민단체들이 경고를 보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29개 여성단체는 30일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반납하라는 한국 사회, 누가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의 정의를 ‘남성혐오’라 왜곡하고, 특정 외모표현(숏컷)을 가지고 페미니스트라고 낙인찍고 억압하려 하며, 성차별적인 괴롭힘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온라인 괴롭힘은 안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 여성 전체를 위협하는 일이다. 남초 커뮤니티는 언제든지 여성들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여성의 자기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정치·사회·문화·체육·예술 활동 등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온라인 일부 공간에서 남성이 자기 위안과 유희의 도구로 페미니즘 탓하고 공격하는 것을 정치가 이용했고 사회가 받아준 결과”라며 “여성혐오 정서를 적극적으로 조장해 제1야당 대표가 된 정치인과, 여성혐오를 시대 흐름으로 오인하고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나는 페미니스트 아니야’, ‘나는 페미니즘 반대해’, ‘젊은 남성들이 공정한 사회 만들어야지‘라고 열심히 주장했던 정치인들은, 지금 이 사태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도 29일 성명을 내고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 선수에 대한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페미니스트 사냥 행태에 대해 심히 우려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숏컷은 페미니스트’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공격의 시작이었다고 여겨지나, 그 기원은 GS25의 손가락 모양 페미 논쟁에서 반페미니스트들의 억지 주장에 일부 기업들이 동조한 것이다. 더 이전에는 게임업계를 비롯한 디지털 창작공간에서 페미니스트 사상검증으로 인해 여성들을 일자리에서 내쫓은 사례나 여성 연예인에 대한 집단적인 사이버폭력이 용인됐던 사례들이 혐오집단에게 성취의 경험으로 누적되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짚었다.

민주노총은 “정치권의 책임도 있다”며 “최근 여야를 비롯해서 여성혐오주의자들의 억지주장에 편승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나오며 젠더갈등을 부추긴 정치인들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양궁협회를 비롯한 대한체육회는 지금 안 선수가 겪고 있는 폭력이 그동안 체육계에서 일어났던 성차별과 성폭력의 확장판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특정 집단의 비상식적 공격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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