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성상, 장방형, 정장, 속방정

약과 독은 한 끗 차이라고 한다. 알고 제대로 먹으면 약이지만, 모르고 함부로 먹으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병원 처방약은 봉투 겉에 약 이름과 함께 성분과 효능, 사용법, 보관법을 써놓는다. 처방전 유무에 상관 없이 약국에서 상자나 통에 넣어 판매하는 약엔 깨알같은 글씨의 설명서가 들어 있다.

약 설명서엔 약의 효능과 효과, 용법 및 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 저장방법, 포장단위, 사용기한, 기타사항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사용상의 주의사항은 길고 복잡하다. 잘못 사용할 경우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세세하게 나열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사람은 적다. 글씨는 작고, 용어는 어렵다. 성상, 장방형, 정방형, 경구, 오심, 염좌통, 정장제 . 속방정, 서방정이란 말도 나온다. 결국 약사로부터 식후 혹은 식전에 하루 몇 번 몇 알씩 먹으라는 정도의 말만 듣고 그대로 따라할 뿐 설명서는 읽지 않는 수가 허다하다. 약의 성분과 효능, 부작용을 잘 모르거나 무시한 채 사용하는 셈이다.

성상’(性狀)은 설명서의 첫부분에 나오는 용어다. 사전적 풀이는 성질(性質)과 상태(狀態)라고 돼 있다. ‘분할선을 가진 백색의 장방형 정제’ ‘담홍색의 원형정제식으로 약의 색깔과 형태를 나타낸다. 성상은 그러니까 약의 겉모양을 일컫는 말이다. 쉽게 모양이라고 하면 될 텐데 성상이라는 한자어를 쓰는 것이다. 실제로 아산병원에선 성상 대신 모양이라고 쓴다.

장방형(長方形)’은 직사각형, ‘정방형(正方形)’은 정사각형으로 바꿔 쓰면 한결 알기 쉽다. ‘백색의 장방형 정제흰색 직사각형 알약’, ‘담홍색의 원형 정제빨간색 동그란 알약이라고 적으면 된다.

경구’(經口)란 입을 경과한다(통한다)는 뜻이니 경구 정제란 다시 말해 먹는 알약이다. 한자를 알아야 뜻을 알 수 있는 말을 음만 한글로 바꿔 쓰니 어려운 말이 되는 것이다.

오심’(惡心)도 마찬가지. 한자 없이 오심이라고 쓰면 잘못된 심판을 연상하기 딱 좋다. 약 설명서에 등장하는 오심은 가슴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같은 상태나 증상을 일컫는다. ‘토할 것같은 상태혹은 메스꺼운 증상이라고 풀어쓰면 이해하기 쉬운 것을 오심이라고 헷갈리기 딱 좋은 용어를 가져다 쓴다.

 

약설명서에 나오는 한자어는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정장(整腸)’이라고 하면 흔히 옷을 잘 차려 입음내지 잘 차려입은 옷을 생각하지만, 약 설명서에 나오는 정장장을 정리하다란 뜻이다. ‘장을 편하게 함이라고 풀어 써주면 누구나 금세 알 수 있을 텐데 굳이 어려운 한자로 설명 아닌 설명을 하는 것이다.

염좌통’(捻挫痛)의 염좌는 인대나 근육이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것이다. 염좌통을 삔 통증이라고 하는 이유다. ‘속방정서방정또한 한자의 뜻을 모르는 채론 도저히 알기 힘든 용어다. ‘속방정의 속은 빠를 속, 방은 내놓을 방, 정은 알약을 뜻하니 속방정은 ‘(약 성분을) 빠르게 내놓는 알약이란 말이다. ‘서방정의 서는 천천히 할이란 뜻이니 서방정‘(약 성분을) 천천히 내놓는 알약이다. 뜻을 알면 용도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니 설명을 들어야 하고, 설명을 들어도 헷갈리기 쉽다. 읽기 쉽고 알기 쉬운 공공언어 사용은 사회적 약자 배려의 첫걸음이다.   

이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나요?

이 약은 필요 시 취침 직전에 복용합니다. 하루에 권장된 용량보다 더 많이 복용하거나 처방 기간보다 더 오래 복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약을 식사와 함께 또는 식사 직후 바로 복용할 경우, 효과가 늦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서방정의 경우 정제를 그대로 복용하세요. 삼키기 전 부수거나, 깨거나, 녹이거나 씹어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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