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형상 유지하고
양산 가능하다면
식품디자인 등록 가능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조선 팰리스 호텔이 지난 1일 출시한 ‘샤인머스캣 빙수’.  ⓒ조선호텔앤리조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조선 팰리스 호텔이 지난 1일 출시한 ‘샤인머스캣 빙수’. ⓒ조선호텔앤리조트

값비싼 애플 망고를 써서 유명해진 호텔 빙수가 있었는데 올해는 샤인머스캣 빙수가 등장했다. 한 그릇 가격이 10만원에 육박한다. 그 자태가 의도적으로 창작된 것 같고, 특이한 예술적 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빙수도 디자인권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창작자의 디자인을 모방이나 도용하지 못하게 하고, 디자인 창작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제도로 디자인 등록 제도가 있다. 물품의 외관이 시각(視覺)적인 미감(美感)을 불러일으킨다면 디자인 등록에 도전해볼 수 있다. 사진과 같은 샤인머스캣 빙수의 외관을 디자인권 등록한다면, 다른 사람이 유사한 모양으로 샤인머스캣 빙수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등록을 하려면 몇 가지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한국 특허청에서는 음식물의 형상, 모양, 색채로 정의되는 ‘식품디자인’에 대한 심사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먼저, 식품디자인은 물품성이 인정돼야 한다. 액상이나 가루 등 일정한 형상이 없어서 용기에 담아야만 정형적인 형상이나 배열 상태가 유지되는 식품은 안된다. 빙수는 얼음이든 슬러시든 빙수 그릇에 담지 않으면 정해진 형상이 있다고 볼 수 없으니, 등록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꽁꽁 얼려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케익은 어떨까? 실제로 배스킨라빈스에서는 다양한 형상으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케익에 대해 식품디자인 등록을 받았다. 정형적인 형상이 유지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비알코리아주식회사가 디자인권을 등록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디자인 등록번호 30-0830855). ⓒ비알코리아주식회사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디자인 등록번호 30-0830855). ⓒ비알코리아주식회사

또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공업적 생산방법으로 양산할 수 있어야 한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그때그때 조리해 나오는 식품은 여기서 걸러진다. 카푸치노 커피 위에 올라가는 풍성하고 특이한 모양의 거품, 고급 식당에서 플레이팅된 음식, 즉석에서 컵에 담아주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은 만들 때마다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 대상이 되기 어렵다. 육질 느낌을 살린 육포, 바나나 단면 모양을 살린 건조 과자, 비빔밥 화려한 재료 배열 역시 일정한 모양으로 양산되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이 안 된다. 하지만, 형틀로 찍어내는 떡이나 과자처럼 동일한 형상을 재현할 수 있다면? 등록될 수 있다.

태백산채떡(주)이 디자인권을 등록한 형틀을 사용해서 찍어내는 떡의 디자인(디자인 등록번호 30-0718038). ⓒ태백산채떡(주)
형틀을 사용해서 찍어내는 떡의 디자인(디자인 등록번호 30-0718038). ⓒ태백산채떡(주)

디자인 출원하고 심사를 진행하는 동안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이 나와버리거나, 등록될 때에는 이미 계절이나 유행이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을 조절하기 위해, 특허청은 유행 주기가 짧고 모방이 쉬운 물품 디자인에 대해, 일정 요건만 심사해 최대한 빨리 디자인권 등록을 해주는 디자인일부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2월1일부터 식품도 제도 적용 대상이다. 빠르면 출원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등록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심사제도를 통해 권리를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샤인머스캣 빙수의 디자인권 등록은 쉽지 않다. 등록됐다 하더라도 디자인보호법상 요건이 결여된 디자인은 간편한 행정절차로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샤인머스캣 빙수는 디자인 등록 출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형태는 비슷하더라도, 맛에서 차별화를 시킬 수 있는 특별한 레시피가 있다면 음식물 특허나 레시피 특허를 고려해보았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디자인 등록출원이 생각날 만큼 예쁜 빙수인 것은 틀림없으니 이 불볕더위에 한번 친견하고 싶은데…. 가격이 장벽이다. 비싸다고 논란이 된 평양냉면 몇 그릇 값인데!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신문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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