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홍수형 기자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남성의 삶에 관한 기초연구’ 설문조사에서 “여성 혐오가 생긴 이유가 주로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자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때문’이라며 다른 성별, 연령대와 비교해 가장 높은 답변률을 보였다. ⓒ홍수형 기자

7월 초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과 관련해 여성가족부 이름이 인터넷상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내용은 이렇다. 마인크래프트는 국내 심의등급 12세 이용가로 레고 블럭으로 온라인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게임으로, 전 세계 많은 어린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게임사가 운영 방식을 변경하면서 국내 셧다운제를 적용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19세 이상 연령으로 제한하면서 성인게임이 된 것이다. 사건의 촉발은 이러한데 야당에서 여가부 폐지를 이야기하는 속에서 마인크래프트 게임 이슈가 생기면서 여가부 폐지 담론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다.

셧다운제는 2가지가 있는데 2011년부터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문화체육관광부는 18세 미만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시 게임물 이용방법과 게임물 이용시간 등을 제한하는 ‘선택제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주로 문제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강제적 셧다운제다.

필자는 중학생인 남자 청소년과 함께 살고 있다. 해당 이슈가 한창인 때 아이는 여성가족부가 어떻게 마인크래프트를 금지할 수 있냐며 여성가족부를 비난했다. 필자는 셧다운제도는 일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청소년을 인식하고 게임 문제를 푸는 사회 전반의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는 여가부가 애초에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셧다운제를 한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10대 남자 청소년들은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여가부를 싫어한다고 한다.

게임 셧다운제가 뭐길래? 도대체 여가부를 싫어하는 기준이 되버렸을까? 10대 남자 청소년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니, 이들에게 게임은 너무 중요한 무엇이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 위해 만나고 만나면 게임을 하며 게임을 통해 온오프라인의 사회생활이 이뤄진다. 게임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쌓고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가족갈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를 겪는다. 10대에게 게임이 이러할진대, 남자 청소년은 게임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자율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은, 남자 청소년을 무시하는 결정이란 말을 할 수 있다. 다만 이해하기 어렵고 안타까운 점은 게임 셧다운제가 여가부 폐지와 여성 혐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강제 게임 셧다운제를 하는 여가부는 남자청소년을 무시해서 나쁘고, 여가부에서 하는 정책은 모두 남자를 무시하는 남성을 역차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폐지돼야 한다는 단선적인 논리를 갖고 있다.

실제 10대 청소년들의 여성 혐오는 강제 게임 셧다운제와 여가부와 밀접하다는 게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남성의 삶에 관한 기초연구’ 설문조사에서 “여성 혐오가 생긴 이유가 주로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자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때문’이라며 다른 성별, 연령대와 비교해 가장 높은 답변률을 보였다. 여가부때문이란 응답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지만 남자 청소년 다음으로 남자 대학생에서 높게 나타났다.

10대를 비롯한 청년층이 갖고 있는 여성 혐오, 나아가 여가부 폐지 주장을 파고 들어가다보면 게임 셧다운제와 연관된 부정적인 감정에서 시작되어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들이 무비판적으로 결합된 것이라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야당 정치권에서 이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청년층을 대변한다며 청년 남성 일부의 여성혐오에 기대어 여가부 폐지를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20대 여성의 1% 지지를 받는다는 야당은 어떤 성별의, 어떤 계급기반의, 어떤 정치적 성향의 청년을 대변하며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성별갈등, 세대갈등, 계급갈등이 큰 현실에서 어떻게 이 격차와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한다고 본다.

최근 여가부가 강제 게임 셧다운제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10대 남자청소년의 여성가족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나아가 여성혐오가 줄어들 것인가? 디지털 세대라 칭해지는 10대는 여자청소년과 남자청소년이 다른 방식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한다. 여자청소년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또래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남자청소년은 유튜브와 게임을 통해서다. 유튜브와 게임은 남성문화가 형성되고 공유되고 있는 공간으로 여성혐오의 장소가 되고 있기도 한다. 지금, 디지털 세대에게는 온라인 상에 넘쳐나는 정보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성평등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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