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님, ‘집사람’ 아닌 ‘배우자’ 입니다
대선후보님, ‘집사람’ 아닌 ‘배우자’ 입니다
  • 진혜민 기자·최예리 인턴기자
  • 승인 2021.07.28 16:08
  • 수정 2021-07-28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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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청년’들은 ‘여자 사람 친구’와 경쟁해야”
하태경 “기존 남성 징병기간 늘리든지 여성도 같이 가든지”
추미애 “나는 민주당의 ‘맏며느리’”
윤석열·홍준표 “‘집사람은’...”
ⓒ이은정 디자이너
ⓒ이은정 디자이너

무심코 내뱉은 말이라도 정치인의 말은 무게가 무겁다. 특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낸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 받는다. 그러나 일부 대선주자들은 공식석상에서 배우자라는 성평등 용어 대신 ‘집사람’이라고 말한다. 또한 청년에 여성을 배제하는 듯한 언사를 구사한다. 어떤 후보는 스스로를 ‘맏며느리’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청년’들은 ‘여자 사람 친구’와 경쟁해야”
하태경 “기존 청년들의 징병 기간 늘리든 여성도 같이 가야”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청년’에서 여성을 배제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 지사는 지난 4월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청년 공략을 내세우며 “지금 청년 세대는 기회를 가질 수가 없는, 그 단 한번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 동료들, 친구들 또는 여자 사람 친구와 격렬하게 경쟁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 사회관계망(SNS)에서 누리꾼들은 “여자는 청년취급도 안 한다”, “이재명이 말하는 청년세대에 여성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이재명에게 청년은 남성만 존재하는가”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야권 대선주자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 지사와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하 의원은 지난 19일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공약으로 내건 ‘남녀평등복무제’를 언급하며 “기존 청년들의 징병 기간을 늘리든, 아니면 여성도 같이 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 의원의 발언 또한 청년에 여성이 제외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추미애 “나는 민주당의 ‘맏며느리’”

제19대 대선을 위해 지난 2016년에 올라온 추미애 필승캠프의 홍보물. ⓒ추미애 트위터
제19대 대선을 위해 지난 2016년에 올라온 추미애 필승캠프의 홍보물. ⓒ추미애 트위터

여권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연일 자신을 ‘맏며느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9일 대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대구의 딸, 호남의 며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16일 뉴스1 인터뷰에서는 스스로를 더불어민주당의 ‘종갓집 맏며느리’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저보고 종갓집(민주당) 맏며느리라고 하는데, 맏며느리가 집안을 얼마나 야무지게 잘 지키는지 아시지 않나”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2016년 대선 후보자 경선 때부터 자신을 ‘민주 종가 맏며느리’라고 지칭해 왔다.

추 전 장관의 ‘종갓집 며느리론’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한 여초 커뮤니티에서 누리꾼 A씨는 “맏며느리라는 표현 참, 시대 흐름을 못 읽는다”고 썼다. B씨는 “왜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지...뭔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C씨도 “최근 페미니즘 관련 발언도 그렇고 이런 단어 선택을 보면 여성 인권에 전혀 관심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맏며느리’ 슬로건은 흔하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4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전북 며느리’라고 표현했다. 전 최고위원은 당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전라북도 며느리를 최고위원으로 만들어 앞으로도 심부름을 잘 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혜련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서구1·민주당)은 지역서 ‘맏며느리’로 불린다. ‘맏며느리’라는 표현은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미로 사용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윤석열·홍준표 “‘집사람은’...”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배우자 김건희씨를 ‘집사람’으로 지칭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집사람은 새벽 2~3시까지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만큼 쉴 틈 없이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며 “고교 교사와 대학 초빙·겸임교수도 했고, 석사학위도 2개나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제 집사람이 어쩌니저쩌니 하는 것도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8일 청년정책 토크쇼에서 “월급 받아서 내가 써본 일이 없다. 집안 모든 경제권은 통째로 집사람이 다 갖고 있다”며 “나는 밖에 나와서 세상일이나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집사람’은 남에게 자기 아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일컫는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07년 발표한 ‘차별적-비객관적 언어 표현 개선을 위한 기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성 불평등 관련 표현'으로 분류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도 지난해 9월 발표한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 추석편’에서도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을 ‘배우자’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대선주자들이 성차별 언어를 시정하고 성평등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적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지난 23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큰 의미 부여 없이 무심코, 습관적으로 뱉은 말이지만 국민의 주목을 받는 공인 중 공인이라는 위치를 감안하면 부적절한 용어들은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며 “이제는 성평등 표현들이 표면에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지적하니 교정된 사례도 있다”며 “과거 이 지사도 ‘집사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근래 들어서는 쓰지 않는 것이 눈에 띈다. 윤 전 총장도 몇 번 (집사람 용어를) 사용하다가 지적 받고 잘 안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못된 표현을 여성이든 언론이든 계속해서 지적해주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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