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50% 할당·지역구 속속 채비

현역에 신참 대거가세 '여성시대' 예고

오는 4월 15일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물갈이 격랑'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총선 여풍'을 뜨겁게 달구기 위한 여성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성계는 올해를 '여성의 정치참여 도약기'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 정당들이 비례대표(전국구) 후보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하기로 기정사실화한 데다 여성들의 지역구 공천 참여율도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계는 이번 총선이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횃불을 당기는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정치 시대'를 화려하게 개막할 주인공들은 누구인지 알아본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1순위를 여성에게 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심(女心) 잡기'를 통해 보수적인 당 이미지를 혁신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구 50% 배정, 홀수 여성 할당제 등이 한나라당이 내놓은 여심잡기 전략. 전국구 출마자로는 나경원 운영위원(변호사)와 이계경 운영위원, 조윤선 전 선대위 공동대변인(변호사), 이춘호 공천심사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나경원·이계경·조윤선씨 등은 자천타천으로 비례대표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지역구 출마자는 대략 10∼15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구인 박근혜 의원(대구 달성군)은 출마를 준비중이고, 전재희 의원은 경기 광명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김정숙 의원과 김영선 의원은 각각 경기 안양 동안구와 강남 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또 허옥경 전 부산해운대 구청장(해운대 기장을), 박순자 부대변인(경기 안산 단원), 오양순 고양 일산갑 지구당 위원장(고양 일산갑)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허 전 구청장은 서병수 의원(해운대 기장갑)과 공천경쟁을 벌일 예정이어서 주목을 끈다. 이밖에 현영희 부산시의원, 김영수 당 여성특위 위원 등도 출사표를 내민 인물들이다.

■민주당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9명의 여성의원을 탄생시킨 저력을 이번에도 톡톡히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전국구 인물로는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여 유명세를 탄 김강자 전 총경이 단연 돋보인다. 김 전 총경은 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출마를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김명자·손숙 전 환경부장관, 장상 전 총리서리,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 등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제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들과 맺고 있는 인연을 앞세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열린우리당에서도 역시 러브콜을 받고 있어 영입전망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이밖에 김대중 정부의 입 역할을 맡았던 박선숙 전 청와대 대변인도 양쪽 모두에서 구애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지역구에서는 최근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조순형 후보에게 아쉽게 패배한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이 스타급으로 꼽힌다. 차세대 대선주자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만큼 중량감이 만만치 않다. 3선을 노리는 그는 이번 총선을 대선의 전초전으로 삼을 계획이다. 재선을 노리는 김경천 의원(광주 동구)은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의 도전을 받고 있다. 배영애 경북 김천시 지구당위원장과 산부인과 의사인 박금자 민주당 당무위원도 총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박금자 의원(서울 영등포 을)은 김민석 전 의원 등과 맞서야 한다. 김 전의원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서 국민통합21로 옮기면서 '철새'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대중성이 만만치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은 당헌에 '양성평등'을 못박은 만큼 여성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지만 박근혜·추미애 의원 등에 맞설 만한 스타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에게 지속적으로 구애하고 있지만 거절당한 상태. 그러나 우리당은 유망한 정치지망생이 많아 내심 이번 총선에서 '여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례대표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을 역임한 이오경숙 우리당 공동상임의장, 김진애 과학특위 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장복심 대한여약사회 회장, 김영주 전 전국금융노련 대외협력위원장, 김현미 전 청와대 정무2비서관, 유승희 총괄조직실장, 서영교 우리당 공보실 부실장 등도 비례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산본 신도시 설계자로 유명한 김진애 위원장은 전국구와 지역구(경기 용인 수지)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구에서는 호주제 폐지운동을 주도했던 고은광순 중앙위원이 눈에 띈다. 서울 서초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희선 의원은 서울 동대문갑에, 이미경 전 의원은 은평갑구에, 허운나 전 의원은 경기 분당에 각각 도전장을 내밀었다. 노혜경 시민사회위원장은 부산 북·강서구갑에 출사표를 전졌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상대로 '개혁 대 보수'의 흥미진진한 빅매치를 펼칠 예정이다. 스물여섯 살로 우리당 최연소 중앙위원인 윤선희 청년위원장은 서울 동작구갑 당내 경선에 출마, '20대 돌풍'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당 후보로 뽑힌다면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과 승부를 겨루게 된다. 이밖에 송미화 전 서울시의원이 서울 은평구을(현역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에, 홍미영 전 인천시의원이 인천 부평갑(현역 한나라당 박상규 의원)에 각각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유민주연합

자유민주연합은 최근 총선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후보를 물색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민련은 총선 주자에 대한 세부계획을 1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구 후보는 이희자 여성위원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역구는 신은숙 서초갑 지구당 위원장(서초갑)이 출마 예정자로 논의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은 지난 5일 '2004 총선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민노당은 비례대표(전국구) 후보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할 방침이다. 전국구는 김혜경·최순영 부대표가 거론되고 있으며 최현숙 여성위원장, 심상정 중앙위원(금속연맹 전 사무처장), 오유석 중앙여성위원(성공회대 교수), 이영순 울산 여성위원장(전 울산 동구청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홍승하(영등포갑), 이선희(종로구), 김혜련(중랑갑), 김미희(성남 수정), 김현경(성남 분당을), 정경화(고양 덕양갑), 김은진(부산 남구), 김숙향씨(포항시 북구) 등 지역구 여성후보 9명도 확정됐다.

나신아령 기자ar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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