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더쉽고 가깝게]⑧환부불요, 익일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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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의 옛 이름은 日刊스포츠였다. 제호를 한글로 바꾼 건 간단한 한자도 못 읽는 사람이 많다는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고 한다. ‘日刊스포츠를 일간스포츠라고 읽은 사람들에게 스포츠를 떼고 日刊만 보여주니 아는 사람이 확 줄고, ‘빼고 만 내밀었더니 대다수가 무슨 글자인지 모르더라는 것이다.

19681025. 박정희 정부는 한글전용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1970년부터 교과서에 한자를 싣지 말고, 일간신문 기사도 한글로만 쓰고, 한자를 혼용한 민원서류는 받지 말라는 등이었다. 그렇게 50여년,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다.

따로 한자를 배운 사람이면 나을까. 1960년 이후 출생한 한국인 대다수는 한자를 모른다. 축의금이나 조의금 봉투 혹은 방명록에 이름을 한자로 적으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엔 여전히 한자어, 그것도 일본식 한자어가 난무한다. 법률이나 행정 문서엔 물론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우편물이나 우체국 이용 안내문에도 뜻 모를 한자어가 등장한다.

환부불요익일배달도 그렇다. ‘환부불요는 판매자나 서비스업체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보낸다고 해서 디엠(DM, Direct Mail)이라고 부르는 광고용 우편물에 주로 표시돼 있다. 은행 등에서 귀하가 가입한 상품(신탁 등)의 운용상태가 이만저만하니 알고 계시라며 보내는 통보용 우편물에도 도장처럼 찍혀 있다.

환부엔 두 가지 뜻이 있다. ‘도로 돌려주다’(還付)병이나 상처가 난 자리’(患部)가 그것이다. 한자를 모르는 이들에겐 둘 다 어렵다. 의학용어처럼 쓰이는 환부는 쉽게 말해 아팠던 자리. 우체국에서 쓰는 환부는 돌려주다란 뜻이고, 불요(不要)는 필요하지 않다는 거니까 환부불요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같은 한자어지만 반송이라는, 다소 쉬운 단어도 있으니 반송불필요로 바꾸거나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돌려줄 필요 없음이라고 하면 될 텐데 여전히 환부불요라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일본식 한자어를 한글전용 반세기가 넘도록 버젓이 쓰고 있다.

익일(翌日)’도 마찬가지다. 우체국에서 쓰는 말 중엔 익일배달이란 것이 있다. 익일이란 다음날, 이튿날을 뜻한다. ‘익일배달이란 접수한 다음날 배달한다는 말이다. ‘다음날(이튿날) 배달이라고 써도 될 걸 굳이 한자어인 익일을 고집하는 셈이다.

사흘을 4일인 줄 아는 청소년도 있다는 마당이다. 사흘, 나흘이라는 우리말도 모르는데 익일을 알까. 말로만 일제잔재 척결을 외칠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 뿌리박힌 일본식 한자어를 줄이려는 노력부터 해야 마땅하다. 공공언어가 바뀌면 민간업체에서 사용하는 말도 달라질 것이다.

* 공동기획 : 여성신문 X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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