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내 옷장에서 쇼핑하기 ​​​​​​​
[하지원의 에코해빗] 내 옷장에서 쇼핑하기 ​​​​​​​
  •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 승인 2021.07.23 12:47
  • 수정 2021-08-2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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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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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우리학교 축제티셔츠는 왜 이렇게 촌스러울까? 옆 학교는 참 멋스럽던데…’라고 생각하던 나는 대학원생이 된 후 ‘멋스러운 티셔츠를 한 번 만들어 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건축학과를 다니는 동생을 닦달하여 내 눈에 쏙 드는 티셔츠 디자인을 받아낸지라 '1000장'을 주문하겠다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100장 이상 주문하면 빚더미에 올라앉는다"고 걱정을 태산같이 했지만 손이 큰 나는 결국 '700장'을 주문했다. 축제가 시작되자 쌓아 놓았던 티셔츠는 1시간도 안되어 완판 되었다.

그 다음 해 축제가 다가오자 자신감이 배 밖으로 나온 나는 동료들과 의논하지도 않고, 내가 결정한 디자인으로 티셔츠 '2000장'을 주문했다. 자그마치 한 학년의 절반에 맞먹는 숫자다. 첫날은 꽤 팔렸으나 둘째 날부터는 재고가 쌓여갔다. 작년에 망한 여러 학과가 올해는 디자인을 신경 써 경쟁자가 생긴 탓이다.

마지막 하루가 남자 이 긴박한 상황을 극복해야 했다. 몇몇 후배들과 밤을 새우며 티셔츠 뒷면의 포인트 디자인이 딱 보이도록 접어서 반짝이는 투명 비닐봉지에 넣어 백화점 상품처럼 진열했다. 결국 축제 마지막 날 티셔츠는 다 팔렸다. 해외여행 선물용으로, 학회선물 용으로, 학생은 물론 교수님들까지 수 십장씩 사갔다.

이렇게 30여 년 전에도 상점하나 없이 판매의 귀재역할을 하던 내가 변했다. 더구나 올해는 옷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다른 사람들도 동참시키고 싶어 안달이다. 왜 이리 변한 걸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20억 장의 티셔츠가 거래된다고 한다. 티셔츠는 가장 저렴하고 기본적인 옷 중 하나이다. 이렇게 흔한 티셔츠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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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의 생애는 미국, 중국 혹은 인도의 농장에서 시작된다. 솜을 만들기 위해 목화씨를 뿌리고, 물을 대어 재배한다. 자동화된 기계로 조심스레 목화송이를 수확하고, 씨앗과 솜을 분리한 후 원면을 압축하여 포장한다.

목화재배에는 엄청난 양의 물과 농약이 소요되는데 일반 티셔츠 한 장을 생산하는 데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이는 욕조 3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또한 면 재배에 사용되는 살충제와 농약의 양은 세상 어느 농작물 보다 많다. 이러한 오염물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주변의 생태환경을 손상시킨다. 농약과 살충제 없이 재배한 유기농 면은 전세계 면 생산량 22만 톤 중 1% 이하다.

일단 원면이 농장을 떠나면 보통 중국이나 인도의 방적공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첨단 설비로 혼합하고 가지런히 추리고(소면), 빗질하고 당기고 늘리고 마지막으로 끈 모양으로 꼬아서 실을 만든다. 이 실은 거친 잿빛 직물로 짜여 지고, 열과 화학 처리가 되어 부드럽고 하얗게 된다. 다시, 직물을 상업용 표백제와 염료에 담가서 직물의 70% 정도를 선명한 색상으로 염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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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정에 암을 유발하는 카드뮴, 납, 크롬 그리고 수은 등이 사용된다. 또 이는 강과 바다에 유독성 폐기물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제작된 티셔츠는 고소득 국가에서 팔리도록 선박, 열차, 그리고 트럭 등으로 운송되며 이동 과정에서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전반적으로 의류 생산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지난 20년간 의류 소비에 있어서의 급격한 변화는 대기업과 패스트 패션 트렌드인데 이로 인해 대중의 구매 욕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패션은 석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오염산업이 되었다.

우리가 만원이면 살 수 있는 티셔츠 한 장이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지구를 아프게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옷장을 열면 그득한 옷들. 옷방이라는 공간을 따로 둘 만큼 우리들은 많은 옷을 사고, 입지 않고 그냥 걸어두고 또 쉽게 버린다.

이제라도 옷을 사기 전에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자. 지금 꼭 필요한 옷인가? 재생이나 유기농 원단으로 만든 의류인가? 중고 옷으로 나눔 할 수는 없을까? 마지막으로 내 옷장 문을 열고 옷들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자. 내 옷장에서 쇼핑하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 지구환경학박사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 지구환경학박사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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