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존으로 나아갑시다 -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해
[특별기고] 공존으로 나아갑시다 -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해
  • 서울특별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
  • 승인 2021.07.18 11:21
  • 수정 2021-08-0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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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야권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한 입장을 여성신문에 밝혀 왔습니다. 조 교육감은 "우리 사회가 특정 성별의 안위가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삶을 위해 여가부의 기능과 역할 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편집자 주)

마사 누스바움은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사회가 두려움에 직면했을 때 두려움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보다 두려움을 엉뚱한 방향으로 해소하려고 해 문제가 생긴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증오, 혐오, 분노로 나아가려는 경향, 강력한 절대 군주에 대한 기대, 취약한 지위에 놓여 있던 소수자 집단을 지목해 사람들의 두려움을 그들에게 투사하는 것 등입니다.

우리 사회도 경제위기 이후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취약해지면서 유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지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두려움과 무력감이 ‘기회의 공정’을 뛰어넘어 ‘구조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상상을 어렵게 하는 것 같습니다.

9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외 2 단체가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9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국정 책임지겠다고 하는 이들이라면
성불평등 남아있는 현실 직시해야

최근 야권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이 대표적 예입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억압과 차별을 계급과 세대, 성별 등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젠더 갈등’이라는 단 하나의 원인을 들며 원인보다 더 낡고 단순한 결론으로 관련 부처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이들이라면 고용, 임금, 돌봄, 빈곤 등 우리 사회 거의 모든 지표에서 성불평등이 남아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책임을 함께 나누어 분열이 아니라 공존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여가부 폐지 주장이 제기된 일단의 배경에는 여러 국가시험에서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군가산점 폐지 논란과 여성 복무제 등의 논란으로 이어지는 젊은 세대의 사회심리 변화와도 연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속한 교육 영역에서는 신규 교원 채용 시 여성이 80% 이상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어 심지어—교대 입학에서처럼—남성 30% 조항을 신규 교원시험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이 느끼는 ‘좌절감’을 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19년 3월 8일 스쿨미투 학생들에게 응원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을 서울시교육청 창문에 붙였다.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19년 3월 8일 스쿨미투 학생들에게 응원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을 서울시교육청 창문에 붙였다. ⓒ서울시교육청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삶 위해
여가부의 역할과 지위 강화해야

하지만 코로나 재난 시대에 여성은 고용현장에서 더욱 불안한 위치에 놓이며, 돌봄노동으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과 매일 같이 보도되는 성폭력, 불법 촬영과 같은 여성을 향한 폭력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여가부는 이런 남아있는 구조적 차별들을 해소하기 위해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정부 시기에 여성부로 출범해 보건복지부의 가족 및 아동-청소년 업무를 포괄하며 확장하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현재 여가부는 여성정책뿐 아니라 청소년 활동 진흥 및 역량 개발,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위기청소년 등의 보호, 아동-청소년 등의 성보호 등 청소년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히려 우리사회에서 특정 성별의 안위가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삶을 위해 여가부의 역할과 지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 젠더폭력이 없는 사회를 위해 여가부가 고군분투하고 있듯 ‘스쿨미투’가 번진 그 시기에 전국 최초로 서울시교육청도 성평등팀을 만들었습니다. 특정 성별의 문제로 보기보다 근본적인 조직의 문제를 살피고, 우리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교육 환경의 변화를 위한 조례 제정, 관리자 여성 비율 점검 및 성별영향평가 제도 보완 등 지자체가 아닌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교 문화 전반의 개선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담과 갈등도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역동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누스바움은 퇴보적인 상황을 목도한 암울한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희망과 긍정의 정치를 언급하며 품위 있는 직접행동이 현대사회에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두려움과 혐오에 맞서는 대중 행동은 보복과 증오가 아니라 희망, 화해, 사랑을 지향해야 한다는 말에 매우 공감합니다. 민주주의가 어렵게 성취해온 민주적 호혜의 정치가 두려움과 혐오에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2030세대, ‘이대남’ 결코 하나 아냐
보복과 증오 아닌 공존의 교육으로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전진하면서 보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아니면 역진하면서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선택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명확히 이른바 새로운 진보와 새로운 보수의 분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진보는 전진하면서 전환기의 새로운 쟁점들을 해결해가는 지향을 말하는 것이며, 새로운 보수는 여가부 폐지와 같은 퇴보적 상황의 지향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2030세대, ‘이대남’은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점, 여전히 미래를 향해 어떤 입장일 취할 것인가의 선택이 내부에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교육은 이 갈등의 해결을 위해 ‘보복과 증오가 아니라 희망, 화해,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공존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미래세대는 아마도 지금의 2030보다도 더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여성의 주체성이 강화된 조건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이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존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세대로 미래세대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저는 공존의 미래교육을 지향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의 기반을 마련하고, 협력하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개혁을 함께 논의하는 것입니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서울특별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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