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김태리·오은영의 낭독에 울고 웃고...‘듣는 책’에 빠지다
김혜수·김태리·오은영의 낭독에 울고 웃고...‘듣는 책’에 빠지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7.17 16:24
  • 수정 2021-07-18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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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강연·기사까지 듣는 시대
오디오 콘텐츠 시장 300억 돌파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
2019년부터 중요 도서 콘텐츠로 떠올라
배우 김혜수·김태리씨가 읽어주는 소설, 오은영 박사가 들려주는 육아 멘토링... 문학이나 경제·경영, 에세이, 자기계발, 멘토링 등을 성우나 유명인사의 목소리로 녹음해 듣는 콘텐츠가 인기다.  ⓒ여성신문
배우 김혜수·김태리씨가 읽어주는 소설, 오은영 박사가 들려주는 육아 멘토링... 문학이나 경제·경영, 에세이, 자기계발, 멘토링 등을 성우나 유명인사의 목소리로 녹음해 듣는 콘텐츠가 인기다. ⓒ여성신문

#1.

“나는 그런 여자가 내 이웃이라는 게 예기치 않은 행운처럼 즐거웠다.”

박완서 작가의 단편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배우 김혜수 씨의 목소리로 듣는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여성이 겪은 소외감, 정다운 이웃을 만난 반가움이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특유의 낭랑하고 차분한 목소리도, 아이, 노인, 시어머니 등 다양한 캐릭터 연기도 즐겁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를 통해 2020년 선보인 오디오북이다. 1년 만에 62만7000회 이상 재생될 정도로 인기다. “좋아하는 여성 작가와 여성 배우의 만남이 행복하다” “라디오를 듣는 듯한 아날로그 감성이 좋다”, “배우는 다르다, 완전히 몰입해서 들었다” 같은 반응이 많다.

#2.

“오늘은 말 안 듣는 동생 때문에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하는 말을 배워볼게요. ‘이건 부모의 몫이야. 동생 때문에 힘들면 꼭 말해줘. 너도 다른 이유로 엄마 아빠 도움이 필요할 때는 꼭 얘기해야 하는 거야. 엄마 아빠가 힘들까 봐 말하지 않으면 안 돼.’”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오디오 방송 ‘오은영 박사의 글로만 읽어서는 잘 안 되는 육아 듣기’의 한 대목이다. 2021년 7월 기준 구독자 약 29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대표 방송이다. 나긋하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청취자들을 위로하고, 진지한 조언도 건넨다. ‘애 보면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들으면서 울었다’는 댓글이 눈에 띈다.

책이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학이나 경제·경영, 에세이, 자기계발, 멘토링 등을 성우나 유명인사의 목소리로 녹음해 듣는 콘텐츠가 인기다. ‘새로운 독서 콘텐츠’를 넘어 ‘독서 시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부터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오디오북을 포함해 집계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 규모도 300억원을 넘어섰다. 교보문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밀리의서재 ‘리딩북’, 인플루엔셜 ‘윌라’, 음원 서비스 FLO, 스웨덴에서 온 ‘스토리텔’ 등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사용자(2021년 1월 기준)는 37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늘었다. ‘밀리의서재’ 누적 회원 수가 약 350만명(2021년 5월 기준)인데, 회원들의 오디오북 이용 비중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28%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윌라 오디오북 재생시간은 2019년보다 973.5% 늘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이미 26억7000만 달러(약 3조원) 수준이고, 2027년까지 연평균 24.4% 성장할 전망이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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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콘텐츠 애청자는 여성·3040
여성은 소설·에세이...남성은 경제·경영 선호
활자 읽기 버거운 5070도 23%

인기 오디오 콘텐츠 1위는 소설
김혜수·오은영 등 유명인 참여도 화제
매출 1억 돌파 사례도 늘어

누가 오디오 콘텐츠를 즐겨 이용할까. 여성(53.5%)과 3040 세대(68.0%)다. 통계를 발표한 윌라에 따르면 여성은 소설·에세이, 남성은 경제·경영·재테크로 선호 콘텐츠가 갈린다. 40대 여성은 소설을 가장 많이 듣고, 30대 남성은 재테크 주식 콘텐츠를 찾는 식이다. 노안으로 활자를 읽기 어려운 5070 이용자도 약 23%에 달한다.

어떤 콘텐츠가 인기일까. 단연 소설이다.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재생수·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7월 셋째 주 기준 네이버 오디오클립 주간 베스트 오디오북 TOP 100 중 45권, 윌라 베스트셀러 20권 중 15권이 문학 작품이다. 전문 성우진이 참여해 라디오 드라마처럼 구성한 오디오북 소설이 인기다.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오디오북은 지난해 12월 국내 오디오북 소설 최초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셜록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 등 추리소설 고전들도 오디오북으로 재탄생해 호평을 얻고 있다.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해냄, 황금가지 등 출판사들도 적극적으로 오디오북을 출시하고 있다.

출간된 지 2년 이상 지난 종이책, 출판 당시에는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책이 다수 눈에 띈다. 종이책/전자책 베스트셀러 순위와는 다르다. 이화진 인플루엔셜 ‘윌라’ 부장은 6월22일 ‘2021 KPIPA 디지털북센터 세미나’에서 “오디오 콘텐츠 이용자들은 기존에 접한 콘텐츠도 오디오 형태로 접하면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한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죽은’ 콘텐츠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누가 녹음했느냐도 중요하다. 김혜수, 아이돌 몬스타엑스, 윤계상, 장기하 등 유명인이 시나 소설, 에세이를 완독하거나 일부를 발췌해 녹음한 프로젝트가 인기다. 김영하, 오은영, 유현준 등 저자가 직접 낭독한 콘텐츠도 재생수가 높다. 배우 김태리가 낭독한 이상의 『날개』, 정해인이 읽은 『오 헨리 단편선』, 김영하 작가가 낭독한 『살인자의 기억법』 등은 20만 번 가량 재생됐다. 문소리, 예지원, 정진영, 최민식 등 배우 100명이 낭독한 한국 단편 걸작 100편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는 2017년 매출 1억원을 넘겼다.

영어 공부 관련 오디오 콘텐츠도 주목받고 있다. 이진구 온라인 서점 ‘예스24’ 팀장은 “예스24와 ‘스토리텔’이 함께 선보인 ‘엄마표 영어·영어 오디오북’ 콘텐츠가 반응이 뜨거웠다”고 밝혔다. 짧지만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지대넓얕』 시리즈(웨일북),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페이퍼로드) 등도 인기다.

소설을 즐겨 읽는 김주원(34)씨는 “오디오북은 어릴 적 엄마나 선생님이 들려주던 동화책 같은 느낌이라 낯설다기보다는 정겹다”며 “종이책은 내 마음대로 등장인물과 상황을 상상하는 재미, 오디오북은 귀로 감상하는 영화 같은 재미가 있다. 같은 내용인데도 새로워서 둘 다 감상하게 된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인문사회·에세이 오디오북을 자주 듣는 직장인 김미리(29)씨는 “자투리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배우고 생각하는 데 투자할 수 있어서 좋다”며 “다만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생각에 잠기게 되는 구절에서 머무르는 재미가 덜하고, 핵심 내용을 빨리 파악하려면 종이책이나 전자책이 편하다”고 했다.

다른 일 하면서도 듣기 편한 게 강점
눈으로 보는 콘텐츠에서
귀로 듣는 콘텐츠로 관심 옮겨가
대규모 투자유치 이어져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듣기 편하다는 게 오디오 콘텐츠의 강력한 장점이다. 이 부장은 “유튜브도 영상을 틀어놓고 소리만 듣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눈이 피로한 이용자들이 오디오 콘텐츠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이 더 커지고 콘텐츠 업계도 변화할 것”이라며 “제작·유통·소비가 코로나19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목소리와 소재만 있으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길, 등교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듣기 편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솜이 밀리의서재 독서라이프팀 PR매니저는 “주로 출퇴근 시간대, 새벽 시간에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자기계발에 관심 많은 MZ세대가 음악을 듣듯이, 자기 전 ASMR을 틀어놓듯이 틈틈이 오디오 콘텐츠를 감상하는 듯하다”고 봤다. 무선 이어폰, 스마트 스피커 등 오디오 인프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무언가 듣는 생활양식이 보편화됐다.

오디오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육성·지원도 늘고 있다. 전문 성우, 유명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나만의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네이버는 누구나 쉽게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오디오클립에 올릴 수 있는 ‘소리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지만 2019~2020년 6월까지는 오디오클립 창작자 관련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밀리의서재는 올해 1월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직접 오디오북을 만들고 공개된 오디오북을 다른 사람이 들으면 구독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기자 출신 변호사인 양지열 작가의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될 때』 등 오디오북 700권 이상이 공개됐고, 구독 수익이 발생한 회원수도 112명을 넘겼다.

아직 수익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오디오 콘텐츠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시장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윌라 운영사인 인플루엔셜은 올해 초 벤처캐피탈 UTC 인베스트먼트로부터 25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단독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부장은 “많은 음원 서비스·IT 기업들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노리고 준비하고 있다. 벤처 투자자들도, 오디오북 시장 확장성을 고민하던 투자자들도 콘텐츠와 이용자가 늘면서 대규모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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