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라 칼럼] 성의 ‘진실’, 사회규범과 법
[반하라 칼럼] 성의 ‘진실’, 사회규범과 법
  • 반하라 인류학자·작가
  • 승인 2021.07.18 16:26
  • 수정 2021-07-19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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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지침에 성소수자 학생이 보호해야 할 소수자로 처음 명시됐다.  ⓒPixabay
'군대 내 동성애 처벌법'으로 불리는 군형법 92조의 6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Pixabay

#1. 수년 전 TV에서 한 외국인 남성이 고국에 돌아가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을 보게 됐다. 중년의 아버지는 남성 배우자와 함께 아들을 기쁘게 맞았다. 반갑게 만난 가족이 담소를 나누는데 무슨 이유인지 우리말 방송은 아버지의 배우자를 큰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아버지의 ‘연인’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진실’에 반해서 아버지의 형님이 돼 있었다.

#2. 작년 말, 코로나19 방역으로 격리됐던 군인 두 명이 성행위를 했다고 2021년 군사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판결문엔 그들이 ‘서로를 추행했다’고 나온다(영국 가디언, 2021년 6월 15일자). 두 군인의 변호사는 합의로 한 행위이고 서로를 괴롭히는 추행도 아니어서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법정은 군형법 추행죄 92조 6항을 적용해 그들의 행위는 ‘강간에 준한’범죄라며 집행유예 6개월을 선고했다. 두 개인이 경험한 ‘쾌락의 진실’이 서로를 괴롭힌 범죄가 됐다. 군사법정은 ‘합의’와 ‘경험감각’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된 이래 존속된 추행죄,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92조 6항은 ‘동성애처벌법’으로 통한다. 지난 2017년 군은 동성애 혐의자들의 휴대폰을 수거해 게이 미팅앱에 뜨는 군인들을 50명 가깝게 색출하고 그중 20여명을 추행죄로 처벌했다. 동성애 군인들은 마녀사냥을 당하는 공포를 토로하고 사라지지 않는 외상의 피해를 호소한다. 그들은 강제로 아웃팅 당했고 군대에 갔다가 평생 전과자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우려하며 군형법 92조 6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를 인지한 국회의원들의 추행죄 폐지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고 지난 5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다시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2016년까지 세차례 군형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모두 합헌 결정이 나왔다.    

추행죄 폐지를 반대하는 시림들은 군대의 다양성이 효율성에 배치돼 전투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동성애나 트렌스젠더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가 군대의 전투력을 떨어뜨린다면 고대 그리스의 ‘아킬레스’는 전쟁영웅으로 이름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신라의 화랑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군대도 동성애자들의 복무를 법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군 복무는 요구하면서 이성애자와 평등한 성적 권리는 부정하고 그들의 성행위를 유죄로 처벌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심각한 인권유린이다. 일각에선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으면 상관이 하관을 성폭행하고 집단난교가 벌어진다고 우려한다. 그런 우려에 일리가 있다면 군대의 성윤리 기강이 무너져있고 성범죄 발생 시에 예방적 효과가 있는 정당한 처벌이 부재하다는 고백일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현실 때문에 여군들에 대한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을 수도 있다. 일각의 우려와 같이 추행죄가 폐지된 후에 다수의 남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된다면 군은 비로소 실질적 성윤리 기강 확립에 나설지도 모른다. 군이 진실로 성폭력 문제를 직시한다면 추행죄 조항 폐지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역작인 『성의 역사』에서 성에 대한 시대적 담론들을 통해 성은 지식과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개인 주체가 형성되는데 자아윤리의 핵심으로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푸코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에선 소년에 대한 욕망을 통제하는 성인 남성의 덕성과 성인 남성의 욕망을 밀어내는 소년의 용기를 강조하는 윤리적 성담론이 강조됐으나 동성애에 대한 금기는 없었다고 한다. 동성애에 대한 금기는 수백년 후 초기 기독교화 과정에서 금욕주의 담론이 강화되면서 담론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욕망, 쾌락, 건강, 생산성, 규율, 통치 전반에 걸쳐 개인 주체 형성에 다양한 양상으로 관여하는 성(섹슈엘리티)에 대해 『성의 역사』는 성과 윤리에 관계하는 우리의 삶과 쾌락의 진실을 역사를 통해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막연히 동성애를 금기로 간주하는 사회규범에 대한 계보적 심문이 필요하다. 동성애금기는 정치적이고 사회역사적인 배경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최소한 비윤리적 사회 규범에 제동을 걸고 군형법 추행죄 폐지의 실현을 뒷받침하면서 성소수자들이 평등한 인권을 찾기위한 첫 행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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