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기자회견
유승민·하태경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성평등 시대, 예산과 권한 없이 오지 않아”

9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외 2 단체가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9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외 2 단체가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 당 대표가 나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진 여성단체들은 "여가부 폐지가 아닌 권한과 예산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를 멈추라고 규탄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준석 대표도 "여가부가 20년 가까이 운영되면서 평가를 한 번 해야할 시점이 왔다"며 여가부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9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외 2 단체가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9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외 2 단체가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단체는 “국민의힘 유승민, 하태경, 이준석은 젠더 갈등 조장하는 혐오 정치를 멈춰라”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는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여성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립, 집행할 수 있는 여가부’를 만들기 위한 방안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가부는 신설 이후 지속적으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존폐위기를 겪었으며 낮은 부처 지위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여전히 여성정책을 총괄하기에 부족한 현실”이라며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없애고 다시 위원회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가부의 권한과 예산을 실질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평등 시대, 예산과 권한 없이 저절로 오지 않아”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여가부에 충분한 예산과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지금 국민의힘이 벌이는 것은 대한민국 절반인 여성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고 국민에 대한 도발”이라며 “여성들의 고통이 데이터로 보이고 증언으로 들리는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도 모자를 판에 정치인들이 나서서 자국민을 공격하고 있으니 그 정치집단이야말로 폐지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소관 업무를 파편화해서 전문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여성들의 삶을 위태롭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여가부에 충분한 예산과 권한을 주어야 할 것”이라며 “성평등 시대는 예산과 권한 없이 저절로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대 여성 자살률 32.1%…“여성들 죽어가는 동안 반페미니즘 정서 부추겨”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실제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을 짚었다. UNDP(유엔개발계획)에서 인간개발보고서(HDI)를 위해 조사하는 성불평등지수(GII)에 따르면 2019년 한국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3.1%인 반면 여성의 참가율은 52.9%에 머물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0년 9월 여성 고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여성 실업률은 3.4%로 코로나19 이전 보다 0.6% 늘었다.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자살을 시도한 사람 중 20대 여성이 32.1%로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신 활동가는 “코로나19 때문에 안 힘든 사람 어디 있겠냐고 묻는다면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20대 여성의 실업률이 7.6%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며 “여성들이 말 그대로 죽어가는 동안 당신들은 쉽게 그를 외면하고 청년 남성들에게 있지도 않은 역차별을 말하며 반페미니즘 정서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대통령 직속이라도 위원회는 실질적 집행 권한 없어”

9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외 2 단체가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9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외 2 단체가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효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는 여가부를 대신할 위원회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여가부는 현재 성희롱·성추행 조사권조차 없으며 여가부의 권한으로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며 “위원회가 권고한 일을 전적으로 담당해 처리할 수 있는 부처가 없다면 이 위원회는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아무리 대통령 직속위원회라도 인적·물적 자원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집행 권한이 없는 위원회는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며 “여가부 폐지 주장은 사실상 성평등 정책의 폐지 주장이다. 여가부 폐지론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힘 아니라 국민의 절망…반쪽짜리 정치 그만해라”

심연우 가정폭력당사자네트워크시작 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 이준석 당대표는 국민의 힘이 아니라 국민의 절망”이라며 “어떻게 이런 반쪽짜리 정치를 할 수 있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이 대표의 발언 때문에 역설적으로 여가부가 더 필요하게 된 것”이라며 “여성인권 향상에 앞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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