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하태경 “여가부 폐지해야”
이낙연·윤희숙·원희룡 “폐지 반대…업무 조정·이름 변경”
이재명·윤석열·홍준표는 신중론…“더 검토해봐야”

ⓒ최예리 인턴기자
ⓒ최예리 인턴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 당 대표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여가부 존폐는 선거 때마다 등장할 정도로 해묵은 이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의지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여가부 규모는 늘거나 줄었고, 사회 일각의 ‘여성 혐오’ 정서와 맞물려 근거 없는 루머와 조롱도 감수해야 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여가부 폐지론이 쟁점이 되고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은 폐지부터 존치, 부처 명칭 변경 등 여러 의견을 내놨다. '신중해야 한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은 후보도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하태경 “여성가족부 폐지해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며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이 양성평등위원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여가부 폐지를 내세웠다. 하 의원은 이 날 청년 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현재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며 “여가부가 문재인 정부 들어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을 때와 다르게 남녀평등이나 화합 쪽으로 가기보다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겨 왔다”고 말했다. 하 의원 또한 여가부 대신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대선주자가 여가부 폐지를 꺼낸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이 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여성을 절대 소수자로 몰아놓고 캠페인하는 방식은 15~20년의 시행착오”라며 “대선 후보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희숙·원희룡·이낙연 “폐지 반대…업무 조정·이름 바꿔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윤희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윤희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여가부 페지론이 일자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여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일 SNS에 “여가부 폐지 주장에 반대한다”며 “여가부의 부분적 업무조정은 필요하지만, 부처의 본질적 기능은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에는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들 입장에서는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우리 사회 전체로는 여성이 아직도 계속 임금, 승진, 역할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릴 게 아니다. 추가적인 차별 시정을 위한 확대 재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반대 의견을 냈다. 윤희숙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가부 폐지는) 칼 자르듯이 얘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걸 위원회로 올릴 것이냐 아니면 부처의 이름을 바꾸고 기능을 좀 더 분명하게 줘서 잘하도록 만들 것이냐의 두 가지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그 두 분(유 전 의원과 하 의원)의 어제 얘기만으로는 두 가지 대안 중 한 가지로 미리 정해야 한다는 근거를 느끼지 못 했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8일 SNS에 “(여가부 폐지는)현명하지 않다”며 “당 대표가 대선 후보들에게 여가부 폐지를 강요하면 안 된다. 민주당이 이대남에게 얻어맞고도 그 목소리를 안 듣는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편 가르기로 비쳐지는 것”이라 비판했다.

윤석열·홍준표는 신중론…“더 검토해봐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신중론도 있다. 홍준표 의원은 7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여가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봐야한다”면서도 “여가부의 역할이 별로 없다고 해서 이미 있는 부를 폐지하는 것이 옳은지는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8일 민생 행보로 스타트업계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국민들이 여가부가 그동안 일해 온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부서 폐지 문제는 조금 더 검토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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