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깨진 7월의 전통이 주는 교훈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깨진 7월의 전통이 주는 교훈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7.22 11:14
  • 수정 2021-07-2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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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축제와 함께 북유럽은 휴가모드로 들어간다. 모든 직장들은 여름 임시인력으로 대체하거나 최소 인력만 남기고 4주 휴가를 떠난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총리도 휴가를 가기 때문에 부총리가 총리대행을 하고, 부총리가 휴가에 들어가면 헌법에 정한 순서대로 총리대행을 맡아 비상시를 대비한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4주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의회건물은 텅 비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정부와 국회가 모두 휴가를 반납하고 대기 중이다. 대다수 국민들도 불안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왜 그럴까?

좌파정부, 우파정책 내놓은 이유

스웨덴은 현재 2주째 임시내각체제로 운영 중이다. 총선 1년을 남기고 좌파 정부가 추진하는 신축 임대아파트의 시장자율화 법률제정에 좌익당이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정부가 2주 전 불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원내각제는 의회의 불신임을 받으면 총리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총리가 사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장이 추천한 후보는 의회의 신임을 받아 정부를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 추천한 후보들이 네 번에 걸쳐 국회의 신임을 받지 못하면 총선을 치러야 한다. 불신임을 받는 총리의 두 번째 선택지는 바로 총선을 선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테판 뢰벤 총리는 첫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코로나의 재 확산 위기 속에서 1년 밖에 남지 않은 총선을 치르면 코로나 확산으로 국민의 삶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고, 국가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하나는 좌파정부가 왜 갑자기 우파정책인 시장자율화 정책을 들고 나왔을까에 대한 의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왜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같은 좌익계열 정당이 좌파를 공격해 좌파간의 전쟁이 발발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좌파정부가 우파정책을 들고 나온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3년 전 2018년으로 시계를 되돌려야 한다. 2018년 9월 9일 총선에서 8개의 정당이 의회에 진출했고, 좌파와 우파 어느 한쪽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어떤 정당들의 조합을 만들어 보아도 좌우연정이 아닌 다음에야 내각구성은 불가능하다. 비례대표제에 기반한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스웨덴은 80년대 이후 녹색운동에 따라 환경당이 의회에 진출했고, 전통과 가치를 중시하는 기독당이 90년대 들어 정치세력화해 정당수가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이민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극우주의가 팽배해 지면서 극우정당이 가세해 이제는 8개 정당이 의회에 진출한 것이 원인이다. 극우가 손을 들어주지 않는 한 어는 쪽이든 자력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새로운 총선을 해도 이 상황은 바뀔 가능성이 없는 것이 진퇴양난의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도우파 2개 정당이 좌파2개 정당과 정책협상을 통해 정부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정책공조를 통해 예산안을 지지해 주겠다고 한 약속이 73개항의 합의서에 담겨 있다. 이 합의안에 따라 사민당과 환경당은 우파2개 정당의 지지를 받아 총선이 있은 지 4개월 만에 간신히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럼 왜 정부에 참여하지 않은 같은 좌익계열의 좌익당이 좌파정부 불신임을 이끌어 냈을까?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73개 항의 합의에 포함된 임대아파트의 시장자율화를 위한 법안제정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약자편이었던 좌익당은 현 정부의 불신임을 이끌어 냈던 것이다.

정부 불신임으로 본 정치의 본질

현 임시정부는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휴가를 반납하고 대기 중이다.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새 정부가 구성될 수 있기 때문에 비상대기 중이다. 국회사무처 직원들도 모두 휴가를 가지 못하고 정상근무 중이다. 정부가 새로운 지출은 하지 못하고 코로나 확산에 따른 위기관리의 부재, 안보, 시장 등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안정적 정부가 없는 불안한 상태로 국민들은 휴가 중이다.

이렇게 되자 국민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무정부 상태를 만든 원인을 제공한 좌익당에 대한 질타와 함께 양보와 재협상을 통해 불신임안이 제출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73개 합의 정당들에 대한 불만도 매우 높다. 게다가 전통적 7월의 휴가를 즐기지 못하고 정부와 국회에 출근해야 하는 중앙 공무원들의 불만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딜레마가 내재해 있다. 현 정부가 4개 정당 간 73개항의 합의로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합의된 내용을 충실히 실천해야 정치의 신뢰를 지키고 미래의 정치적 타협이 가능할 수 있다는 논리의 적절성, 동시에 협상결과의 고수에만 얽매여 또 다른 정치적 목소리를 묵살하고 국가의 불안정을 자초한 통치능력의 문제. 원칙고수를 통한 신뢰가 우선일까 위기관리와 통치능력이 우선일까?

이번 스웨덴 정부 불신임을 보면서 정치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국민들이 선거에서 표로 만들어준 정치권력은 국민의 안전, 건강, 행복, 안정을 가져다주는 법과 정책으로 만드는데 사용되는 수단인 동시에 국민에게 한 약속이 더 큰 위기와 불확실성을 가져다 줄 때 끝까지 고수하고자 하는 것은 곧 국가에게는 큰 손실이자 국민들의 분열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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