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반대' 발언에 비판 이어지자
“남성 배제적 페미니즘 경계일 뿐” 반박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갈대광장 잇탈리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갈대광장 잇탈리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권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자신의 ‘페미니즘 반대’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말의 맥락을 무시한 채 반 페미니스트로 몰아가고 있다”며 "남성 배제적 페미니즘의 극단화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29일 페이스북에 “독선적이고 혐오적으로 오해받는 '페미현상'에 반대하는 것이며 원래의 페미니즘이 이렇지는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자신의 발언은 본래 페미니즘이 아닌 “일각의 우려스러운 '배타적(exclusive) 페미현상'”에 대한 지적이라는 주장이다. 

추 전 장관은 "단 한번도 여성 우월주의를 페미니즘으로 이해한 바 없다"며 "제가 '여성이 꽃대접 받는 걸 페미니즘'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여성은 특혜가 아니라 차별없이 공정한 기회를 주장'하는 것임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저의 부단한 노력은 여성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이었으며 여성판사와 여성정치인, 워킹맘으로 살아온 세월이니 저에게 그런 뒤집어씌우기나 왜곡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원래의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피력했다.

추 전 장관은 "페미니즘은 출발부터 기본적으로 '포용적(inclusive) 인 가치와 태도'를 지니고 있다. 그 어떤 존재도 배타적 상대로 삼아 적대화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삼는 것은 성차별적, 성분열적 가치와 태도, 관습과 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허물기 위한 노력은 여성만의 임무가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다. 그것이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기본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오늘날은 성차별 이후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여성주의로 번역되어 있는 페미니즘은 적지 않은 오해를 가져오고 있는데 페미니즘은 여성 자체로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이 점을 오해해서 남성에 대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 찬동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 ⓒ홍수형 기자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 ⓒ홍수형 기자

앞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 28일 SNS에 “페미니즘은 여성을 꽃처럼 대접하라는 사상이 아니라, 여성을 사람으로 대접하라는 사상”이라며 “여성을 위한 정책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자 여당의 대선 후보가 실패를 직시하지 않고 단순히 ‘페미에 반대한다’는 포퓰리즘 발언을 내뱉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뉴시스·여성신문
정의당 심상정 대표. ⓒ뉴시스·여성신문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날 SNS에 추 전 장관의 ‘페미 반대’ 발언 기사를 언급하며 “20년 전 인터뷰 기사인 줄 알았다”며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삶이 곧 페미니즘이고, 모든 성차별에 반대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차별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무의미한 손가락 감별이 횡행하는 사이에도 여성들은 끊임없는 성폭력의 공포 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아까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때일수록 정치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페미니즘 반대 논쟁)으로 무익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생각은 없으니 더 이어가지 않겠다”며 “진보정치의 본령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논의로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6일 유튜브 '시사타파TV'에 출연해 진행자들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시사타파 TV 캡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6일 유튜브 '시사타파TV'에 출연해 진행자들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시사타파 TV 캡처

앞서 추 전 장관은 지난 27일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 ‘특별편성-추미애의 깃발’ 방송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진행자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즘 관련 발언이 나왔다. 진행자가 “이준석 대표가 반페미니즘 전선을 형성해 20~30대 남성 표를 모은 측면이 많다. 제가 보기에 그것도 잘못이고 정의당류 극단적 페미니즘도 잘못인 거 같다”면서 “추 장관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여성주의와 남녀평등 시대를 어떻게 갖고 갈 것인지”를 물었다. 또 다른 진행자는 “추미애가 여가부를 없애면 되는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추 전 장관은 이 질문에 대해 “남녀평등은 동학 시대에도 있던 하나의 사회계몽 운동이고 그런 가치들이 이어져 민주당 정신이 된 것이다. 내가 민주당을 선택한 것도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라며 "판사가 됐을 때 여자 수가 적어 내가 여자라고 꾀를 부리면 여자 판사에 대한 평가가 내려갈 것 같아 누구보다 전문성을 기르고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정치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이어 "내가 개척해 나가야지만 여성도 남성과 똑같다는 인식이 생기고 기회가 똑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그래서 저는 페미라는 것에 반대한다. 남녀 간 경계심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져야 한다”며 “그래서 여성이 여성권리를 보호하겠다가 아니라 남성이 불편하니까 우리 남녀 똑같이 합시다라고 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결국 페미니즘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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