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every1 ‘비디오스타’, JTBC ‘알고있지만’
월경, 질 주름… 여성 몸 정면에

JTBC  ‘알고있지만’
JTBC ‘알고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카페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낯선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춘다. 자신의 몸을 이야기하지만, 오랫동안 가려지고 숨겨지길 강요당했던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억압이 작동하는 반증일 것이다. 여성의 몸은 실재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터부시되면서 공개적인 발언은 회피되고 외면 받아왔다. 반작용으로 여성의 몸은 은밀하게 이야기되면서 신비화되거나 왜곡되어 잘못된 지식들이 퍼져나가면서, 왜곡된 지식이 올바른 여성의 몸에 대한 지식을 쫓아내고 있었다. 마치 나쁜 돈(악화)이 좋은 돈(양화)을 쫓아낸 것처럼. 하지만 늦은 감은 있지만 미디어에 조금씩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여성의 몸은 음지에서 양지로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콘돔 착용법 알려준 <비디오스타>

지난 6월 22일 방영된 <비디오스타>(MBC every1)는 정신의학과, 한의학,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의사들이 출연해 ‘여름 왕진 특집- 슬기로운 의사 생활! 지혜로운 비스 건강’이란 주제로 꾸며졌다. 게스트로 참여한 의사들은 저마다의 전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여름 맞이 건강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꺼내 놨다. 이 가운데 유튜브 구독자 17만명을 보유한 유튜버이자 산부인과 전문의 홍혜리씨의 출연과 그가 나눈 성 지식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몸을 전면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건강한 성 지식을 접할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혜리씨는 방송에서 다양한 피임 방법을 소개하고, 콘돔의 올바른 착용 방법을 알려주고, 피임약과 사후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조목조목 알려준다. 그리고 여성을 위한 것으로 잘못 프레임 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 남녀 모두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임을 지적하면서 왜곡된 성 지식을 올바르게 바꾸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론화된 여성의 몸과 성 지식은 여성 MC들로 구성된 토크 프로그램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대로 된 여성의 몸 이야기가 더욱 많아지려면 기본 판을 깔 수 있는 여성들이 주축이 된 프로그램의 등장이 더욱 많아져야 할 것이다.

월경 터진 그 날 담은 <알고있지만>

이제 2회가 방영된 웹툰 원작 드라마 <알고있지만>(JTBC)은 남녀 대학생의 하이퍼리얼리즘 연애를 담아내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드라마는 극중 주인공들을 가깝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갑자기 생리(월경)를 하게 된 여자들의 당혹스러운 심리와 곤란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과제 발표 전 생리 전조 증상이 나타나자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유나비(한소희 분)가 과제 발표 도중에 갑자기 터진 생리로 인해 고통스럽고 불편해하는 심경을 그의 독백을 통해 전하다. ‘그분이 오셨다. 이번엔 진짜다. 여러분 생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라며 스스로 위로하다가, 불안한 마음에 과제 발표를 제대로 못하게 되자 ‘생리는 재앙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결국 생리로 인해 열심히 준비한 과제 발표를 망치게 된다. 옷에 샌 생리혈을 감추기 위해 가방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걸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생리를 경험한 여성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았던 생리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생활의 불편과 불유쾌한 상황들, 일의 결과에 대한 아쉬움 등 여성들이 한번쯤 겪었음직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생리하는 여성의 일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방송보다 소재가 다양하고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의 몸은 종종 공개적으로 주목받곤 한다. 지난 6월 24일 공개된 TED의 온라인 강연 ‘The Harmful Myths About Female Virginity(여성의 처녀성에 대한 잘못된 신화들)’에 대한 강연도 이에 해당된다. 강연자들은 ‘처녀막’(질 주름)은 주름 형태로, 사람마다 모양이나 형태가 다양하여 성관계시에 훼손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처녀막에 대한 잘못된 지식들을 반박한다. 그런데 첫 관계 시에 처녀막이 손상되어 피가 흐르지 않으면 처녀가 아니라는 왜곡된 지식이 신화가 되어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받아왔음을 밝힌다. 결국 강연자들은 잘못된 여성의 몸에 대한 지식이 여성들을 옭아매는 억압의 도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온라인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TED 강연은 과거부터 여성의 몸에 대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텔레비전은 여성의 몸에 대해, 성 지식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이며 기존 잘못된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인 예능과 드라마에서 여성의 몸과 성 지식을 이야기하는 장이 마련돼, 잘못된 지식과 편견을 해소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는 프로그램들이 제작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올바른 여성의 몸과 성 지식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어 왜곡된 지식인 악화를 몰아내는 일에 일조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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