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 마을버스 운전기사 최희경·김경아씨

한국여성재단 ‘경력보유여성 마을버스기사
취업지원사업 - 여성일자리 W-ing’으로
미봉운순 마을버스 기사로 취업한 최희경씨
“힘들어도 일하는 제가 자랑스러워요”

서애운수 마을버스 기사로 일하는 김경아씨
“운전이 재미있어요. 카레이싱 도전하려고요”

미봉운수 마을버스 운전기사 최희경씨

“힘들어도 일하는 제 모습이 자랑스러워요”

최희경 미봉운수 버스기사 ⓒ홍수형 기자
최희경 미봉운수 버스기사 ⓒ홍수형 기자

마을버스는 동네 곳곳을 다니며 이웃의 발이 되어준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중 여성은 드물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여성 마을버스기사의 비율은 남성의 2.33%에 불과하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말 기준 남성은 3216명, 여성은 75명에 그쳤다.

2019년 한국여성재단은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마을버스 운송업체 성비 불균형을 완화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경력보유여성 마을버스기사 취업지원사업 - 여성일자리W-ing’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경력보유여성,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1종 대형면허, 버스운전자격, 신규버스기사 양성과정, 역량강화 교육 등 특화 과정을 지원한다.

"출발하겠습니다." 최희경(49) 미봉운수 마을버스 기사는 출입문을 무심코 닫지 않는다. 그는 승객의 착석을 확인한 후 출발을 알렸다. 최 기사가 모는 강북 05번 노선은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을 가로지른다. 덩치가 큰 와이드 중형버스로 좁고 가파른 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운전 실력이 필요하다. 마을버스 운전대를 잡기 전엔 '장롱 면허'였다는 그를 미봉운수 근처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원래 전업주부였어요. 아이가 어느 날 ‘엄마도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저도 ‘내 길을 찾아야겠다’ 싶었어요.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학원도 다녔어요. 어느 날 학원 근처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마을버스 취업지원 디지털광고를 보게 됐어요. 당시 저는 장롱 면허였는데도 불구하고 무작정 지원했어요.”

최희경 미봉운수 버스기사 ⓒ홍수형 기자
최희경 미봉운수 버스기사 ⓒ홍수형 기자

 

1종 대형면허 취득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쉽지 않았어요. 버스의 경우 일반 자동차보다 차체가 크다 보니 탈선이 쉽게 돼요. 7번 떨어지고 8번째에 합격했어요. 칠전팔기죠. 취득까지는 어찌어찌했는데 실전은 또 달랐어요. 초보니까 기어 넣는 것도 뻑뻑했고 손과 발이 마음대로 안 움직였던 것 같아요. 버스 차체 높이에 적응되지 않아 옆에 승용차만 지나가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어요. 브레이크 감이 익지 않았을 땐 급정거를 하는 등 작은 사고도 조금 냈죠.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도대체 이 생각이 언제 멈추나 싶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멈췄죠. (웃음)”

여성재단 프로그램 수료 이후 지금까지 미봉운수에만 계셨나요?

“세 번 이직했어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한 회사는 인권이라는 게 아예 없었어요. 거의 자정까지 일했는데 다음 날 새벽 운행을 시켰거든요. 피로가 엄청나더라고요. 화장실도 없어서 못 갔어요. 반년 동안 참다가 울분을 터뜨려 쫓겨났죠. 그러다가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마을버스가 거의 개인사업자라 어느 정도 이해는 돼요. 이제는 화장실도 있고 제 때 식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죠.”

회사에 여성 기사님도 계시나요?

“66세 선배님이 계세요. 40대 초반부터 거의 20년 근속하셨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시내버스엔  여성운전기사가 2~3% 정도 있다고 봐요. 마을버스도 이보다는 낮으면 낮았지 높지는 않겠죠. 이렇게 비율이 낮은 이유는 여성 버스 기사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에요. 군대 문화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운행할 때 스트레스 받는 점도 있죠. 세상 어디를 가도 내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마을버스 기사는 내 차, 내 승객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소신대로 일하고 있어요.”

최희경 미봉운수 버스기사 ⓒ홍수형 기자
최희경 미봉운수 버스기사 ⓒ홍수형 기자

 

어디에서 큰 보람을 느끼세요?

“사회 속에 제가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이요. 그저 제가 일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워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워요. 이렇게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이 직업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더라면 진즉에 그만뒀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일하면서 가장 힘드세요?

“진상 고객이죠. 사람이니까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연세 많은 분부터 젊은 사람까지 욕을 심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많이 놀라게 돼요. 또 선배들이 말해준 사고 지점을 지날 때 아찔해요. 베테랑들도 사고가 안 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사고가 나면 인명피해도 발생하지만 기사의 개인 부담금이 커요. 사실 저는 돈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심한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어떤 상황이 있더라도 배차 간격을 지켜야 하는 것이죠.”

서애운수 마을버스 기사로 일하는 김경아씨
“운전이 재미있어요. 카레이싱 도전하려고요”

음식점 홀서빙부터 카페 업무까지 경험한 김경아 서애운수 마을버스 운전기사도 한국여성재단 사업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김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현재 서초 11번을 운행하는 그는 운전이 적성에 잘 맞는다고 말한다. 3시간의 필기 교육과 10시간의 실기 교육 후 바로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운전을 좋아하는 김경아씨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카레이싱’이다.

“코로나19로 급여도 제대로 못받고 직장도 잃게 됐어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버스 운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저기 찾아보다가 한국여성재단의 사업을 알게 됐고 바로 지원서를 냈죠. 우선 마을버스로 시작했지만 시내버스로 가는 것이 목표야사 사고 없이 안전운전을 하려고 합니다.(웃음)”

도로 위에서 만난 위험한 상황이 있었나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드는 차들이 너무 많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 위험에 처하는데 그럴 때가 힘들어요. 길이 막힐 때도 답답하고요.”

힘을 주는 승객은 누구일까요?

“어느 날 막 뛰어 오는 분을 태워 드렸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복 받으실 거예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어요. 그 밖에 내리실 때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는 분들이 계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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