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홍수형 기자
나경원 전 의원,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홍수형 기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해 총선 이후 이어진 굵직한 선거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 경선에선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했고, 당 대표 경선에서도 ‘36세 0선’ 이준석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 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는 당원이 참여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면서 총 37.1% 득표율로 이준석 후보(43.8%)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나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세는 여전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아직 재기의 기회는 남아있다. 이준석 대표도 나경원 후보에 대해 “당원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분의 격에 맞는 중차대한 일을 부탁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이 대선 정국에서 주요한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시 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완패했다. 서울시 25개 구 전역에서 패배했고, 425개 행정 동 중 단 5동에서만 승리했다. 박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3선을 했던 지역구인 구로구에서 마저도 크게 패배했다. 이런 완패 배경엔 민주당이 2030 세대들의 반여 정서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20대는 민주당에 56.4%를, 30대는 61.1%의 표를 몰아 준 반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반대로 20대의 55.3%, 30대의 56.5%가 오세훈 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올해 초 퇴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을 보고하고 징계 재가를 제청한 뒤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 장관 사퇴했나. 실은 잘린 것이다. 토사구팽"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30% 마저 깨지려면 몇 달 더 하셔야 하는데"라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추나땡’(추미애가 나서면 땡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자신과 대립했던 윤 전 검찰총장이 사퇴 후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는 데 추 전 장관이 일등 공신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정치는 반전의 드라마다. 추 전 장관이 예상을 깨고 '사람 높은 세상'을 구호로 내세우며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이를 두고 친노(친노무현) 원로인 유인태 전의원은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을 지낸 김영환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매가 온다 꿩꿩꿩’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를 “말리고 싶다”고 했다.

2005년부터 16년간 재임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곧 퇴임한다. 메르켈 총리 덕분에 독일은 경제 대국의 기반 위에 유럽의 외교적 맹주로 부상했다. 임기 말년에도 메르켈의 인기도가 60%를 상회하고 있다. 포브스는 메르켈을 2006년부터 2015년까지 2010년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가 퇴임 직전에도 이런 찬사와 지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터(Mutter·엄마) 리더십' 때문이다. 그 리더십의 요체는 소통과 경청, 겸손함이다. 엄마처럼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부드럽게 소통하며 봉사와 헌신의 자세로 국민들의 삶 속에 함께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한 때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의 폐쇄적 만기친람 리더십은 국정 농단으로 연결되었고 결국 탄핵되었다. 필자는 ”박근혜의 실패는 결코 여성의 실패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최근 잇달아 이어지는 여성 정치인의 수난과 실패가 메르켈과 같은 능력 있고 존경받는 여성 정치인의 등장을 위한 축적의 시간이 되길 고대한다. 그 시작은 성찰과 반성이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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