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자 3007명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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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어린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2명 중 1명은 직장에서 해고 등 고용조정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Shutterstock

코로나 여파는 여성에게 더 가혹했다. 코로나19 시기에 어린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2명 중 1명은 직장에서 해고 등 고용조정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문유경)은 22일 코로나19 이후 유자녀 여성이 경험한 일·돌봄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20~50대 여성노동자 3007명을 대상으로 2020년 11월26~12월11일 실시한 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권고사직·해고, 여성‧임산부에 우선 시행

이번 조사에서는 일과 돌봄의 병행이 어려운 노동 여건과 일터의 성차별적 고용조정, 가족과 사회의 돌봄 부담 전가로 유자녀 여성이 일보다 자녀돌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초등 이하 자녀를 둔 여성 2명 중 1명(49.3%)은 다니던 직장에서 고용조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3~47%는 고용조정이 여성·임산부 및 육아휴직자를 우선 대상으로 실시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권고사직·해고(계약해지)를 여성·임산부 등에게 먼저 시행했다는 응답이 45.8%로 나타나, 경영상황이 악화된 사업장에서 성차별적인 고용조정이 다수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참여 여성과 초등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의 코로나19 시기 일자리 변동 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참여 여성과 초등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의 코로나19 시기 일자리 변동 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돌봄휴가 사용 6.5% 그쳐

코로나 시기 퇴직 경험이 있는 초등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경우는 6.5%에 그쳤다. 재택근무를 사용한 경우도 12.3%에 불과해 일·돌봄을 병행하는 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일·돌봄 병행의 어려움이 퇴직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시기 일자리 중단을 경험한 유자녀 여성의 45.5%는 배우자나 가족으로부터 자녀돌봄을 위해 퇴직할 것을 권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막내 자녀가 어릴수록(영유아 자녀 46.0%, 초등 자녀 34.7%) 높게 나타났다.

초등 이하 자녀 둔 여성 60%, "남편 돌봄 참여 변화 없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을 그만두고 자녀를 돌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여성은 자녀가 영유아인 경우 82.1%, 초등 이하 자녀인 경우 75.5%, 중고등 이상 자녀인 경우 46.4%로 나타났다.

초등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이 퇴직을 고려한 가장 주된 이유(중복응답)는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73.2%)였고, 5명 중 4명 이상은 취업 시 현재 일자리의 ‘가족/자녀 돌봄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가족/자녀 돌봄 문제가 선결되어야 여성의 비자발적 경력단절 해소와 이들의 재취업이 가능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초등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의 약 80%는 코로나19로 인한 자녀돌봄 부담이 증가했고, 약 60%는 배우자의 돌봄 참여가 이전과 같다고 응답해 코로나19 시기 초등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일-돌봄의 이중부담이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의 약 60%는 배우자의 돌봄 참여가 이전과 같다고 응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초등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의 약 60%는 배우자의 돌봄 참여가 이전과 같다고 응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일‧돌봄 병행 지원제도 확대, 성차별적 고용조정 관리·감독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일하는 부모의 일과 돌봄 병행을 위한 지원제도 확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공식돌봄 구축 △성차별적 고용조정 등 모성 패널티 예방을 위한 관리·감독 △남녀의 평등한 돌봄 참여 확대 등을 향후 돌봄정책 개선방향을 제안했다.

문유경 원장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적 재난은 경기 침체 시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일자리 위기를 경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여성이 노동시장 내 온전한 노동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일-돌봄 병행 안착, 돌봄의 남녀 간 평등한 분배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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