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권교체 하려면 낡은 정치 버려야
이준석의 개혁은 “스타일 개혁”
“이재명 집권 막는 것이 내 소명…
여성 할당제는 필요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수형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수형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했다. 이미 그의 시계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맞춰져 있었다. 원 지사는 21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이 낡은 정치와 결별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준석 당 대표의 등장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준석의 개혁은 ‘스타일적인 개혁’이고, 원희룡의 개혁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포용의 개혁’이라며 서로 보완 관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강점 역시 “개혁과 행정 경험의 융합”을 꼽았다.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는 철저하게 각을 세웠다. 원 지사는 “이재명의 집권을 막는 것이 내 소명”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들어와서 당당한 경쟁을 하자”고 했다.

이슈에 대해서도 머뭇거림이 없었다.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했고, 차별금지법은 “근본 취지에는 동의하나 숙성을 위한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젊은 세대를 꼽겠다. 대한민국을 10위 경제대국으로, 민주화된 나라로 만들어놨는데 젊은 세대들은 미래의 희망이 아닌 포기를 얘기한다. 젊은 세대에게 희망과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의 새로운 일자리 나눔, 기득권의 나눔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공정이다. 부동산, 일자리, 교육기회 등에서 나타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활력과 역동성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역동성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분위기 전환과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리더가 나와야 한다.”

-지금 제시한 키워드를 실천하기에 스스로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2000년부터 보수정당에 참여해왔다. 기득권이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을 추구해왔다. 소장개혁파, 당 사무총장을 거치며 정당정치를 경험했고, 제주도정을 맡은 지난 7년 동안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 디지털 미래 산업과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정책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미리 실험하기 위한 혁신의 노력들을 해왔다. 제 경험과 혁신의 정신을 접목해 우리나라가 지금 병목 현상을 빚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돌파구를 뚫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준석 효과’로 보수정당에서 개혁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여기서 더 이룰 수 있는 개혁은?

“이준석 대표는 기존 권위주의, 형식에 메이고 고루한 낡은 스타일을 한 번에 깼다. 내용으로 보면 소위 능력주의라는 비판도 받는다. 경쟁 자체가 공정하면 그것에 대해 다른 부분은 다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그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 나보다 약자를 아우르고 모두 참여하며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시험을 보거나 한 개인의 능력으로 돌릴 수가 없는 것도 많다. 자칫 능력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배척하거나 또 다른 갈라치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이준석의 스타일 상에서의 변화에 대해서는 만세를 부르고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나와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협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개혁파로서 현실에서 부닥치며 경험해왔기에 서로 보완 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돌봄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누구나 다른 이의 돌봄을 받고, 또 누군가를 돌보며 산다. 과거에는 가정, 특히 여성에게 돌봄의 짐이 지어졌다. 이제 디지털 사회로 변화하고 개개인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가 됐음에도 돌봄은 충분히 사회화되지 못했거나 합리적인 시스템이 많이 부족하다.

제주에선 양육 부담을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하기 위해 수눌음 육아나눔터를 운영하고 각종 서비스가 중복이나 누락 없이 어르신과 장애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제주형통합복지하나로시범사업을 운영하며 생애주기별 돌봄 시스템을 실험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국가가 나서 사각지대를 메우는 돌봄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원희룡 표 일자리 공약은.

“일자리를 호수에 비유하면 사회 초년생의 취업시장 진입과 재교육과 실업 지원은 호수에 흘러드는 샛강이라고 할 수 있다. 호수로 흘러드는 샛강이 원활히 돌아야 일자리가 많아질 수도 일자리를 나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에서는 진로탐색과 취·창업을 집중 지원하는 더큰내일센터를 세워 청년들이 바로 산업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2030세대에게 일자리를 막연하게 던져줄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자신감,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고 다음 단계로 연결해주는 튼튼한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교체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은.

“우선 낡은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가 당선됐다는 것 자체가 그 증명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현실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법을 내놔야 한다. 현재 문제와 해법은 무엇인지, 해법에 도전할 사람은 누구인지 등 아이디어와 인재를 잘 연결하고 국가를 새롭게 하기 위한 실행계획으로 연결할 수 있는 ‘풀(pool)’ 또는 ‘주머니’가 풍부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수권 능력이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다.

민주당은 소위 운동권 세력으로 방마다 꽉꽉 차있지만, 이쪽(국민의힘)은 한 번 큰 불이 나서 새 집을 짓다보니 빈 방들이 많다. 좋은 사람들이 왔을 때 누구든지 환영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평가한다면.

“이재명 지사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실패했는데도 한술 더 떠서 국민들에게 돈을 뿌리겠다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를 더 어려운 쪽으로 몰고 갈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기업과 인재 혁신, 일자리와 내 집 마련. 교육 기회에서 오는 양극화와 격차 보완을 통해 활력이 넘치는 기회와 혁신의 나라다. (기본소득은) 정밀 타겟팅과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그냥 돈을 뿌려 심리적인 박탈감을 그때그때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매우 위험하다. 이제는 편가르기와 증오의 정치를 멈추고 대한민국을 미래로 전진시켜야 한다. 과거의 운동권이 아니면 편을 갈라 선과 악으로 나누고 갈라치기 해서 한쪽을 때림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분노와 증오의 지지를 받으려는 접근 방식은 국가 지도자로서는 매우 위험하다. 이재명의 집권을 막는 것이 제 소명이다.

야권은 이 시대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해법 그리고 그것을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해결할 수 있는지를 국민들 앞에서 표현하고 인정받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할 시간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얼른 (당에) 들어와서 당당한 경쟁을 하기를 바란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은.

“최대의 고민이다. 국민들이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 진정성, 사람의 품성과 리더십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고 이모저모 따져본다면 자신 있다. 당 대표 선거 한 달 전에도 이준석 당선을 예측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선까지 8개월이 남아있는데 8년 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준석 대표가 반대한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 할당제는 찬성한다. 만약 초등학교 남교사가 30%가 되지 않는다면 남성 할당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할당제는) 어느 집단의 몫을 뺏는다라는 관점이 아니라 남녀 뿐 아니라 인종, 지역, 계층이 다를 때 균형, 다양성의 힘을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도록 하는 하나의 철학이다. 서로의 몫을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한 경쟁선상에서만 보는 것은 단견이라고 본다.”

-‘여성 징병제’ 도입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찬가지다. ‘여성도 군대가라’고 장군하면, ‘남성도 출산해라’라고 멍군으로 나가지 않겠나. 징병제 문제는 남성들이 징병제로 군에 가면서 겪는 학업 단절, 사회 진출 시 뒤쳐지고 있다는 상대적 불이익에 대한 피해의식 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로 풀어야 한다. 전문 사병제 확대, 군 복무기간 지속적 단축, 군대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등 불이익에 대한 박탈감을 줄여주는 것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차별금지법을 시행 중이고, 대단한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특정 종교계가 반대하고 이 부분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로 보기 보단 좀 더 논의 과정을 거치고 오해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때문에 역차별 받고 있다고 말하는 청년 남성들도 있다.

“지금 20~30대들은 자신들의 세대 체험을 어떻게 보면 전체화해서 서로 엇나가는 것 같다. 남성들은 자신은 태어나서 취업할 때까지 치인 경험만 있지 억압을 행사한 적도 없는데 왜 여성들에게 계속 할당제도 주고, 우선권을 줘야한다고 하느냐, 이거 역차별 아니냐고 말한다. 아버지, 형님 세대 문제를 왜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느냐고도 한다. 여성들은 여성 전체의 생애주기와 삶에서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여기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남성들이 지금 부딪치고 있는 여러 문제는 여성들 때문이 아니고 사회 전체의 모순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의 경우, 586, 기득권 노조, 기득권 공공, 부모찬스를 통해 세대 간 장벽을 치고 세습하려는 사람들을 타파해 일자리를 나눠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약력
△1964년 제주 서귀포시 출생 △1989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92년 34회 사법시험 합격 △1995년 서울지검 검사
△1998년 원희룡 법률사무소 개업 △2000~2012년 16·17·18대 국회의원 △2002년 미래를위한청년연대 공동대표
△2007년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 출마 △2010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2011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14년~ 제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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