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짧은 치마 안 돼” 여학생에만 요구되는 ‘쓰리 핑거 룰’
[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짧은 치마 안 돼” 여학생에만 요구되는 ‘쓰리 핑거 룰’
  •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6.21 09:25
  • 수정 2021-06-21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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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립학교의 학생 복장 논란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앨범을 촬영하며, 여학생 80여명의 가슴과 어깨 노출이 부적절하다며 동의 없이 임의로 수정하는 일이 발생해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사진=트위터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앨범을 촬영하며, 여학생 80여명의 가슴과 어깨 노출이 부적절하다며 동의 없이 임의로 수정하는 일이 발생해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사진=트위터

모자가 달린 옷, ‘후디(hoodie)’는 미국 학생들이 가장 즐겨 입는 만만한 학교 복장이다. 그런데 과거엔 모자 속에 흉기를 숨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 입고 갈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복장규제는 이제 미 전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몇 년 전 제기된 여학생의 레깅스와 탱크톱 규제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고, 텍사스 주 휴스턴의 한 교육구는 남학생의 화장 금지 규정을 없애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미 공립학교의 ‘드레스 코드’

미국의 사립학교는 한국의 학교들처럼 교복을 입지만 비교적 활동에 불편을 주지 않는 질감과 디자인으로 변하고 있다. 공립학교는 자유 복장을 하는 대신에 복장규제를 하는 드레스 코드(Dress Code)라는 것이 있어서 나름대로 엄격한 규정을 유지해 왔다. 2015~16학년 동안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공립학교의 53%가 엄격한 복장 규정을 시행했다고 보고했다.

공립학교 학교의 드레스 코드는 매년 발간되는 학교의 핸드북에 명시돼 있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이 졸업한 캘리포니아주 M고등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및 보호자를 위한 핸드북 2019-2020의 ‘학생 복장 규정(Student Dress Code)’을 소개한다. 학생 자신의 외형이 품위를 유지하고 학교 환경에 ‘적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학생들은 긍정적인 교육과 학습 환경에 ‘적절한’ 옷을 입는다. 신발은 항상 신는다.
위반하면, 경고, 옷 갈아입기, 학부모 회의를 한다. 계속 위반 시 반항하면 정학에 처한다.”

“학생들은 알코올, 담배 또는 불법적인 물건 사용을 조장하는 옷, 배낭, 배지, 스티커, 또는 낙서가 된 것을 착용하지 않아야 한다. 욕설, 인종, 민족 또는 성적 표현이 된 복장은 금지된다.
위반하면, 옷의 안과 속을 뒤집어 입는다. 계속 위반 시 옷을 갈아 입기 위해 부모에게 연락한다.”

미성년자에게 금지하는 것과 차별적 표현이 명시된 옷이나 가방 등을 소지하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적절한’이라는 개념이 지극히 사회적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는 상대적일 수 있어서 애매모호하게 작용한다. 같은 교육구 내에서도 학교에 따라서 과하게 찢어진 청바지나 허리가 보이는 짧은 상의 옷차림에 대한 규제가 서로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드레스 코드의 성 이중윤리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 중 잠옷을 입고 컴퓨터에 앉는 것을 규제하면서 학생들의 복장규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많은 학교들이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옷차림을 징계하고 있다. 미네소타 주의 5세 여자 어린이는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을 때 학교 양호교사로부터 “몸을 가리라”는 말을 들었고, 네바다 주의 16세 여학생은 어깨가 드러나는 셔츠를 입었다고 교사가 두 명의 경찰관을 불러 이 학생을 강제로 학교 사무실로 내쫓아 수업에서 제외시켰다. 또 지난 5월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는 졸업앨범 사진에서 여학생의 브이넥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80여명의 사진을 동의 없이 수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반면, 스피도(Speedo) 수영복 차림의 남학생 사진은 변경하지 않았다.

학생의 인격을 존중한다고 명시하지만, 미국의 엄격한 복장 규제의 저변에는 성 이중 윤리가 깔려있다. 즉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과 폭행을 줄이기 위해 노출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 여성의 81%가 성희롱을 당했고, 21%가 성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볼 때 그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서서 두 팔을 내렸을 때 반바지나 치마 길이가 세 손가락(검지‧중지‧약지)의 끝보다 위로 올라오면 안된다는 ‘세 손가락 끝 규칙(쓰리 핑거 룰:Three-finger Rule)’이 적용되고 있다. 탱크톱의 경우도 어깨끈의 폭이 스파게티처럼 가늘면 입을 수 없다고 규제한다. 많은 교육자들은 규칙에 따라 여학생을 징계하고 있다.

합리적인 드레스 코드‧복장 교육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서 복장의 힘을 믿는다. ‘규제'라는 말이 정해진 틀, 혹은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강제성을 주기 때문에 거부감을 주지만 ‘최소한’ 규제는 필요하다. 즉 적당한 ‘긴장감’은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고 특정 상황에 집중하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그 긴장감의 강약 조절 속에서 복장규제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 남성들의 사무실 복장이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하는 것에서 노타이(No Tie) 시대를 거치고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 조치에서 지금은 자유복장 시대를 살고 있다. 매일 흰색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는 수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바쁜 아침시간에 넥타이 매는 시간을 절약하고, 또 넥타이에 메여 신체적 불편함에서 해방됐듯이, 학교 교복도 더위에 통풍이 잘 되는 질감과 색상을 택해 교복착용이 편안한 느낌이 되어 건강과 학습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되는 합리적으로 변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나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때와 장소에 맞는 복장을 하는 것 또한 교육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복장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교육이 성별이나 인종적 차별을 강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예절과 건강교육의 차원에서 이뤄져 긍정적 자아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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