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김영옥/교양인) ⓒ교양인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김영옥/교양인) ⓒ교양인

“아들 딸 며느리 손주들에 둘러싸여 ‘소녀처럼’ 순진하고 행복한 미소를 띠고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더는 섹시한 란제리를 입을 필요가 없는, 아니 아예 그런 욕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창피하고 불경스럽게 여겨지는 ‘할머니.’ 이렇게 사회문화적으로 ‘할머니’에 달라붙은 ‘비(非)성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의미는 평생을 재기발랄하게 자기 멋대로 살아 온 싱글 여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라면 일정 연령대에 누구나 ‘아줌마’가 되듯이 그렇게 일정 연령대가 되면 또 누구나 할머니가 된다.”

그렇다면 나이들 준비,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순이 넘은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가 이 질문에 대한 고민과 답변을 책으로 펴냈다. 노년의 성과 사랑,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삶을 즐기고픈 욕망, 중증 치매, 노인 요양 시설의 현주소까지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페미니즘의 렌즈로 섬세하게 살펴본다. 

노인들은 “페미니즘이라는 대안 세계 안에서도 가장 변방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노년은 삶을 정리하고 소멸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다. 신나면 막춤을 추고, 성적 욕망을 억누르지 않고, 소외와 불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또 다른 대안을 찾는 시기다.

김영옥/교양인/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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