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코앞...나이 드는 몸에 맞는 집이 없다
초고령화 코앞...나이 드는 몸에 맞는 집이 없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6.20 12:51
  • 수정 2021-06-20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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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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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신 부모님, 또는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와 함께 사는 독자인가? 그렇다면 다음 중 우리 집에 해당하는 문항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

□ 출입구에 걸려 넘어지기 쉬운 문턱이나 홈이 있다

□ 휠체어·유아차 등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다

□ 바닥재가 미끄러워 물에 젖으면 넘어지기 쉽다

□ 욕실·화장실에 안전손잡이(핸드레일)가 없다

□ 싱크대와 세면대가 너무 높거나 낮다

해당 사항이 2개 이상인가? 안타깝지만 그 집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아무리 입지 좋고 잘 꾸민 보금자리여도, 고령자나 약자에겐 불편할뿐더러 ‘위험 시설’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47년엔 가구 절반이 노인인데
주택 현관부터 욕실까지 사고 위험 곳곳에

한국 사회는 빠르게 나이 드는 중이다. 2047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절반(49.6%)이 노인 가구가 될 전망이다(통계청, 2020). 겪어본 적 없는 ‘초고령사회’가 코앞이다. 

‘100세 시대의 주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실버타운’, ‘시니어 아파트’로 불리는, 만 60세 이상만 거주하는 민간 노인복지주택이 먼저 떠오른다.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 경기도 용인 삼성노블카운티, 서울 강남구 더시그넘하우스, 인천 서구 마리스텔라, 서울 성북구 노블레스타워, 용인 동백 스프링카운티자이, 수지 광교산 아이파크, 광교 두산위브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이런 노인복지주택은 2019년 기준 35곳 7684가구뿐이다. 2010년 4746가구에서 지난 10년간 약 2배가량 늘었지만, 고령화 속도에 비해 규모가 적다. 또 자립 생활이 가능한 고소득층을 겨냥한 주택이 많다.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의 주거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주택은 어떤가.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약 2명(24.4%)은 “현재 사는 집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2020년 전국 65세 이상 1만97명 대상 ‘2021 노인실태조사’ 결과다. 많은 노인이 생활의 거점이자 안식처여야 할 집에서 위험과 차별을 겪는다. 32.3%는 “주방, 화장실, 욕실이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답했다. “일상생활을 하기에 공간이 좁다”(19.4%), “주택 출입구, 계단 이용이 불편하다”(10.2%) 등 의견도 많이 나왔다. 

집에서 다치는 노인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017~2019년 접수한 60세 이상 고령자 안전사고 통계를 보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집, 그것도 화장실이나 욕실에서 다친 사례가 많았다(1003건, 19.6%). 이 중 47.2%는 바닥재가 미끄러워 넘어져 다친 경우였다. 하지만 안전 손잡이, 미끄럼 방지 바닥재 등 편의설비를 갖춘 집에서 사는 노인은 10명 중 약 2명(19.8%)뿐이다(2021 노인실태조사).

휠체어·유아차를 고려한 집? 하늘에 별 따기

장애인을 포함해 휠체어 등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이들은 어떨까? 전동보장구(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소지자는 2017년 기준 10만2000명. 이들에게 편안한 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건물 출입구부터 내부 동선, 가구 등이 모두 비장애인에 맞춰 설계돼 있다. 공중이용시설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휠체어나 유아차도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지만, 주거 시설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가구를 위해 문턱 제거, 안전용 손잡이(핸드레일) 설치 등을 지원하지만, 저소득층에 한해서다. 전·월세 거주자라면 집주인의 허락부터 구해야 하니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 사용자도 쓸 수 있는 싱크대 디자인 ⓒiStockPhoto
휠체어 사용자도 쓸 수 있는 싱크대 디자인 ⓒiStockPhoto

설계부터 노인·장애인 관점 반영해야 가치 있는 집 된다

더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시설을 위한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다. 2015년부터 국가나 지자체가 신축하는 공공건물이나 공중이용시설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을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민간 건축물도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서울형 BF 인증제’를 도입했다. 예를 들면 병원이나 약국의 출입문을 턱이 없는 자동문으로 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 점자블록 등을 설치하는 식이다. 

나아가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조건을 고려해 집을 짓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건축·주거복지 전문가들은 노인, 장애인, 어린이, 여성 등 누구나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이야말로 가장 혁신적이고 투자가치가 높은 공간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편의 설비를 설치한 공간이 아니다. 아예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부터 당사자의 의견과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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