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 청년노동자 49재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 청년노동자 49재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정리 작업을 하다가 300kg 무게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씨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가운데 사건 당시 지게차 운전기사가 구속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정재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지게차 기사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19일 밝혔다. 정 판사는 “범죄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원청업체 ‘동방’의 평택지사장 B씨와 대리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정 판사는 “외국 선사 소유 컨테이너의 노후 불량이 사고에 미친 영향이 작지 않은 점,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그 밖에 수사에 임하는 태도, 가족관계 등에 비춰볼 때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300㎏ 컨테이너 철판에 깔려 숨진 청년 故이선호 씨의 장례식이 59일만에 치러졌다. ‘故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 씨의 사망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미뤄왔던 장례를 이날 오전 시민장으로 진행했다. 장례식에는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과 노동계 관계자,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씨는 지난 4월 22일 평택항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중 무게 300㎏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아래에 깔려 숨졌다. 당시 반대편에 있던 지게차가 날개를 접으며 발생한 충격이 이씨가 있는 쪽까지 전달됐고, 그 여파로 300kg에 달하는 날개가 접히며 이씨를 덮쳤다.

이씨는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던 작업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씨는 안전관리자나 신호수가 없는 현장에서 안전모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작업을 했다. 당초 이씨는 컨테이너 작업이 아닌 동식물 검역 업무를 담당해왔다.

사고가 발생한 컨테이너는 자체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컨테이너는 사고 예방을 위해 수직으로 서있는 벽체가 아래로 45도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정비 불량으로 벽체를 고정하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컨테이너는 2002년에 생산된 중국 한 선사의 소유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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