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과 관련한 이슈는 공군 중사 성폭력 사건이다. 이 사건 이전 군과 관련한 이슈는 여성 징병제였다. 서울시장 선거후 청년층의 여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로 청년층 민심잡기가 정치계의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여성 징병제 제안이었다. 물론 여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을 보인 청년층은 20대 남성으로 대표된다(여당, 72.5%/여당, 22.2%). 20대 여성은 40대 남성 다음으로 여당에 대한 지지율(44.0%, 야당 40.9%)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정치적 성향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청년은 남성청년으로 대표된다. 항상 그래왔듯 한국사회에서 ‘젠더’란 분석틀은 없다. ‘여성징병제’ 논의는 공군 중사 성폭력 사건으로 더 이상 제기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한동안은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모두 군대가 여성들에게 어떤 곳인지를 명시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징병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군대 조직문화가 성평등하고 민주적인 곳으로 변화하기 위한 논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질의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질의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폐쇄적, 집단주의 ‘군대문화’
법‧제도 정비만으로 못 바꿔

공군 중사 성폭력 사건에서 나의 궁금증은 피해자가 신속하게 피해사실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회유와 협박을 하며 2차 가해를 했는가, 조사 과정은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가이다. 해당 사건이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지침을 어긴 회식자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방역지침을 어긴 것이 드러날 경우 다른 군인뿐 아니라 해당 조직에도 피해가 간다는 거였다. 도대체 군대에서 방역지침을 어기고 회식을 한 것이 드러나고 성폭력이 발생한 것이 드러난다는 게 부대원들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그런 것일까? 이것이 가능한 건 군대 조직문화에서 기인한다.

군대 조직문화는 군대 소속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의식구조, 가치관, 태도를 비롯해 생활양식과 상징체계를 말한다. 민진(2011)은 한국의 군대 조직문화가 집단주의, 계서적 권위주의, 의식주의(형식주의), 전투적 사고, 위험과 위협의식, 폐쇄주의,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7가지 특성을 갖는다고 제시한다. 군대조직은 군대 안에서 일과 의식주 관련 활동이 모두 이뤄지는 독자적인 하나의 사회로, 군대사회라고 부르기도 하는 폐쇄성을 갖는다. 군대사회 안에서 개인보다는 집단이나 조직의 업적이 더 강조되고, 수직적 지시명령과 보고체계라는 상명하복 문화가 지배적이다. 신체적인 전투능력을 중시하는 전투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으로 남성다움과 강인함이란 남성성이 우월하게 평가되는 남성적 문화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 성폭력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지휘체계와 부대가 책임을 지는 집단주의로 인해 2차 가해와 은폐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군대가 갖고 있는 이러한 조직문화에 대한 점검과 개선 노력 없이 성폭력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권 문제 발생 시 지휘관 평가에
피해자 보호 조치 적절했는지 살펴야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도 지휘관이 부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진급평정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축소‧은폐하려는 유혹이 크다는 것이 제시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현재의 군대 조직문화 속에서 성폭력 사건의 가시화는 한편으로는 그 조직이 건강하고 개선돼가는 과정이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상명하복, 게다가 개인이 아닌 집단이 먼저인 조직에서 감춰져왔던,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이들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말하면 그 말이 흩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군의 인식도 변해야 할 것이다. 성폭력 사건 제로를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군대는 환영해야할 것이다. 군대가 좀 더 민주화되고 성평등해졌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은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일례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대 및 지휘관 평가방식이 사건발생 여부나 집단주의에 기반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했는지 과정과 결과를 보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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