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속옷보다 편한 속옷이 대세
삼각팬티·보정속옷 대신
편한 트렁크·드로즈 입는 여성 늘어
2020~2021 여성 사각팬티 시장 규모 5억 돌파
주요 브랜드도 제품 출시 확대

예쁜 속옷보다 편한 속옷이 대세다. 보정 속옷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앞세운 여성 속옷이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라이트웨어’(lightwear)의 마카롱팬티, 더브랜드한나의 라이너플러스 트렁크, 플라이코지의 친환경 트렁크, 커들리의 트렁크팬티. ⓒ여성신문/lightwear·커들리·플라이코지·더브랜드한나
예쁜 속옷보다 편한 속옷이 대세다. 보정 속옷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앞세운 여성 속옷이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라이트웨어’(lightwear)의 마카롱팬티, 더브랜드한나의 라이너플러스 트렁크, 플라이코지의 친환경 트렁크, 커들리의 트렁크팬티. ⓒ여성신문/lightwear·커들리·플라이코지·더브랜드한나

트렁크, 드로즈는 남성만? 요즘엔 여성들이 더 찾는 속옷이다. 몸을 압박해 보기 좋은 맵시를 만드는 속옷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앞세운 속옷이 주목받고 있다. 어떤 몸이든 아름답다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가 떠오르면서 생긴 변화다. 

2년째 사각팬티를 입고 있는 오모(25·서울 강서구)씨는 “트렁크는 집에 있을 때나 헐렁한 바지를 입을 때 착용하기 좋다. 생리할 때는 드로즈가 제격이다. 삼각팬티보다 생리대를 붙이는 면이 더 여유 있어서 안정감 있게 생리대를 착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모(25·서울 관악구)씨 또한 3개월째 드로즈와 트렁크를 입고 있다. 양씨는 “트렁크는 집에서 입기 편하다. 드로즈도 레깅스 수준의 스키니진만 아니면 겉으로는 티가 안 난다. 생리할 때는 단단하게 잡아주는 드로즈가 더 좋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와디즈·텀블벅 등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2020~2021년 여성 사각팬티·드로즈 관련 펀딩 규모는 5억6769만원에 달한다. 이 기간 펀딩 프로젝트는 총 25건, 투자자는 1만874명 이상이다. 25건 중 22건은 여성이 맡았다. 편한 속옷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아예 직접 제작·판매에 뛰어든 여성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성용 사각팬티 브랜드 ‘라이트웨어’(lightwear)는 3월29일 펀딩을 시작해 한 달 만에 6940만원을 모았다. 이서현 라이트웨어 대표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질염 환자들을 만났다. 습기가 없고 통풍이 잘돼야 질염을 예방할 수 있는데 삼각팬티는 공기 순환이 어렵고 땀띠, Y존 쓸림, 착색까지 유발했다”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불편한 속옷보다 나 자신을 위해 편한 속옷을 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로서도 반가운 변화”라고 말했다.

‘더브랜드한나’는 바지를 입어도 티가 나지 않고, 유기농 패드를 부착해 분비물이 잘 흡수되는 사각팬티를 제작했다. 4월5일 펀딩을 시작해 한 달 만에 4476만원을 마련했다. 더브랜드한나 관계자는 “여성은 삼각 속옷을, 남성은 사각 속옷을 입어야 한다는 법이 없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용 트렁크 팬티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깰 수 있다면 기쁘겠다”라고 전했다.

2020~2021 여성 사각팬티 시장 규모 5억 돌파
주요 브랜드도 제품 출시 확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여성용 사각팬티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여성용 드로즈 ‘보이쇼츠’는 올해 처음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여성용 사각팬티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여성용 드로즈 ‘보이쇼츠’는 올해 처음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편안한 여성 속옷이 인기를 끌자, 브랜드들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Y존 해방’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여성용 사각팬티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자주의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은 1월부터 6월11일까지 72%P 증가했다. 트렁크 팬티 판매율이 가장 높았다. 여성용 사각 드로즈인 ‘보이쇼츠’는 올해 처음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섰다. 자주는 최근 자극이 없는 유기농 소재를 사용하고 신축성을 높인 여성 사각팬티를 새로 출시했다. 자주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속옷 트렌드가 건강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지속되면서 편안한 여성 속옷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비안은 2021년 상반기 ‘나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다’를 테마로 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 ‘비비안 나나핏’을 선보이며, 여성용 트렁크·드로즈 제품도 출시했다. 5월 홈쇼핑 라인 ‘마이핏’을 런칭하며 편안한 여성 속옷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비비안 홍보팀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여성용 사각팬티 라인의 판매 비중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도 편안한 여성 속옷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비비안은 여성용 사각팬티·드로즈 등 편안함이 강조된 여성 속옷 라인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비안 공식 온라인몰에는 여성용 사각팬티 제품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비비안 온라인몰 캡처
비비안 공식 온라인몰에는 여성용 사각팬티 제품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비비안 온라인몰 캡처

BYC도 여성용 사각팬티·드로즈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인호 BYC 홍보 차장은 “아직 주목할 만한 매출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여성 사각팬티는 확실한 트렌드”라며 “날이 더워지면서 편안함을 찾는 여성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성 속옷 디자인’의 틀을 깬 제품도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여성용 사각팬티 제품에서 리본이나 레이스 장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순면·인견 등 계절에 맞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땀 흡수와 통풍, 생리혈 샘 방지 등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탈삼각팬티’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여성신문
ⓒ여성신문

트렁크는 통기성이 좋고 착용감이 편안하다. 드로즈는 트렁크보다 더 신체에 밀착돼, 스키니진이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을 때 좋다. 분홍색이나 리본 장식을 단 사각팬티 제품도 있지만, 성을 구분할 수 없는 중성적인 느낌의 제품이 대거 출시되면서 디자인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남성용 트렁크를 그냥 입는 여성들도 있는데, 가능하면 여성용 트렁크 팬티를 입는 게 좋다고 전문가와 소비자들은 말했다. 여성용 트렁크에는 질 분비물 흡수면이 있고, 그 위에 이중으로 생리대 부착면이 덧대어져 생리할 때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사각팬티를 애용하는 여성들의 팁도 들어봤다. 양모 씨는 “생리대를 부착할 수 있는 이중 덧댐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 사길 바란다. 쉽게 말려 올라가지는 않는지, 압박이 심하지 않은지 후기를 꼼꼼히 보고 사면 좋다”면서 “질염에는 순면 재질이 좋다. 내게 유해한 소재로 만들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구매하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오모 씨는 “사각팬티를 고를 땐 배를 심하게 압박하지 않는지, Y존 부위가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하면 좋다. 걷다 보면 팬티가 가랑이 사이에 끼곤 해서 순면이나 실크 등 부드러운 소재의 사각팬티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또 “트렁크를 처음 입으면 허전하고 어색할 수 있지만, 적응되면 바람도 잘 통하고 시원해서 정말 좋다. Y존을 압박하지 않아서 다리의 부기도 빠지고 혈액순환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