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장교가 여군 부사관 성추행 혐의로 재판 넘겨져

1∙2심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성추행 단정 안 돼"

대법 "단둘이 식사 요구 등 성적 목적…원심 '업무상 위력' 법리 오해"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군사법원이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일 수 있다"며 무죄 판결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K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K씨는 지난 2017년 같은 부서 부사관인 피해자를 네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육군학생군사학교 간부로 근무하던 K씨는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신체를 접촉하는 등 수차례 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K씨의 행위는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이었으며 상관이 부하의 신체를 접촉했다고 해서 성추행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그러나 K씨와 피해자의 관계, 전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K씨는 임관해 오랜 기간 복무한 남성 군인이었다"며 "피해자는 임관해 약 1년간 복무한 여성 군인으로 상관과 부하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K씨는 부하인 피해자에게 단둘이 식사할 것을 요구하는 등 업무 관계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K씨의 행위가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 하에 이뤄졌다고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K씨의 행위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담아 이를 휴대전화에 기록하고 동료 군인들에게 그 사정을 말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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