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권위적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조건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권위적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조건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6.19 08:25
  • 수정 2021-06-19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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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스테판 뢰벤 전 스웨덴 총리가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Socialdemokraterna.se
지난 2015년 스테판 뢰벤 전 스웨덴 총리가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Socialdemokraterna.se

스톡홀름 남동부 외곽에 위치한 항구에서 3시간을 배로 가면 고틀란드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중세 때부터 프러시아 수도였던 퀘닉스베그크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러시아를 연결하는 무역중심지로 자리를 잡아 왔던 곳이라 고틀란드섬의 주도인 비스뷔는 상인들과 무역업자들로 붐볐다. 옛 성당, 고건물이 무너져 내린 터, 그리고 좁은 골목으로 연결된 도시는 도시를 품고 있는 성곽 안에 위치해 아름다운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6만명이 사는 이 작은 중세도시는 매년 7월초가 되면 5만명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의 정치박람회가 된다.

세계 최대 정치박람회 ‘알메달렌’

‘알메달렌(Almedals)’이라 불리는 이 정치박람회를 15년 전부터 거의 매년 참가해 왔다. 국회에 의석이 있는 모든 정당들의 정책발표와 세미나, 연설 들이 매일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에8일에 걸쳐 박람회가 진행된다. 골목 구석구석마다 늘어선 무너진 성벽공터, 카페, 식당의 정원은 뜨거운 토론장으로 바뀐다. 초청연사와 토론자로 각 정당정치인, 전문가, 직능단체, 시민단체대표 들이 등장하고 시민, 학생, 관광객이 듣는 이 행사를 중계하기 위해 전국의 라디오, TV방송인과 신문기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치뉴스를 생중계한다.

정치박람회의 꽃은 매일 저녁 7시에 진행되는 정당대표 연설이다. 각 정당 정책의 핵심을 해학과 은유, 논리와 근거, 일화와 팩트를 통해 제시하는 연설은 관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공격과 비방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정책을 제시하기 때문에 연설동안 환호와 박수가 쏫아진다. 알메달렌 행사가 50년 동안 스웨덴 여름을 뜨겁게 달군 정치박람회로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의 정책목마름을 해갈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행사를 모델로 해 덴마크 보른홀름, 노르웨이 아렌달, 핀란드 뵈네보리에서도 7월 중순과 8월 중순까지 정치박람회 행사를 진행한다. 7월과 8월은 북유럽 국민들이 정치축제를 즐기는 셈이다.

골목마다 펼쳐지는 토론행사에 참여하는 사람 중 유난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눈에 많이 띤다. 각 정당의 전국 유소년, 그리고 청년회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골목 구석마다 펼쳐지는 정치토론과 연설을 들으며 설득과 소통의 기술을 배우며 국가와 세계의 주요 이슈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각 정당의 색다른 해결책과 시각을 비교하며 정치를 배운다.

10대에 정치 입문, 50대에 은퇴

북유럽 국가들의 정치 입문 평균 연령은 15세 전후다. 청소년정치에 입문해서 정책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접하게 된다. 초청연사는 각 정당의 전직 및 현직 당대표, 당 출신 총리, 장관, 정책대변인으로 이루어진다. 스웨덴의 경우 전국에 290개의 각 기초자치시마다 지부가 있고, 각 자치시는 소단위로 나뉘어져 청년참가자들이 평상시에는 작은 규모로 정당토론회에서 정책을 공부하다가 여름에는 광역 및 중앙정당에서 주최하는 여름캠프에 참가해 정치활동에 필요한 능력과 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습득한다. 이렇게 6~7년을 정당에 몸담고 활동하면서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설득과 협상기술을 익히고 20대초 지방정치에 입문하는 것이 보통이다. 2020년 출간된 스웨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방정치인의 10%는 29세 이하의 정치인이 차지하고 있다. 스톡홀름의 경우 20대 기초지방 정치인이 16%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지방 정치가 젊다 보니 중앙정치인들의 연령도 젊어지는 추세다. 북유럽 국회의원 정치연령의 1980년대부터 변화추세를 연구한 솔레비드와 벵네루드(Solevid & Wängnerud 2019)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초부터 북유럽 5개국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의 20대 평균 비율은 7%, 30~49세 정치인 비율은 덴마크가 62%, 핀란드와 스웨덴이 56%, 그리고 가장 낮은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가 각각 46%와 47%를 차지하고 있다. 20대부터 40대 연령층의 정치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개국이 낮게는 53%, 높게는 66%를 차지한다. 그 만큼 50대가 넘으면 서서히 정치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로 여긴다.

세대교체 바람, 변화로 이어지려면?

정치인 평균 연령이 낮아지니 정책입안 활동이 활발해지고 부패와 특권의 정치가 현저하게 낮아진다. 북유럽5개국의 법안입안율, 민주주의 지표순위와 국제투명기구의 부패인지척도는 세계 10위권 내에 들어갈 정도로 민주주의의 질은 높아지고 부패의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정치의 경륜과 능력은 정책학습을 통한 토론, 설득, 연설, 소통의 능력, 협상능력, 정책입안 능력으로 평가돼야 한다. 수직적 조직 내에서 쌓은 패거리 이익에 갇힌 경험과 경륜, 장유유서의 정치 패러다임은 권위주의 정치의 부산물일 뿐이다. 야당에서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 돌풍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모든 정당들이 정치입문학교부터 제대로 만들어 정치에 투입할 인재를 지속적으로 길러낼 수 있어야 하리라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의 세대교체는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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