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산업시설에서 도시 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부산 F1963 ⓒ여성신문
부산 F1963 ⓒ여성신문

죽었던 도시는 어떻게 살아나는가? 영국의 테이트모던미술관은 폐쇄된 발전소에서 세계적인 문화명소로 재탄생한 곳이다. 런던 템스강변에 있던 뱅크사이드발전소가 명을 다한 건 1981년. 집이든 공장이든 불 꺼지면 흉물인데다 우범지대가 되기 십상이다.

어둠 속에 버려졌던 건물에 불이 들어온 건 2000년 5월. 건물 한가운데 있던 높이 99m 굴뚝은 멀리서도 환히 보이는 아름다운 조명탑으로 변신했다. 20세기 이후 현대미술품을 연대별·사조별로 전시하고 도서관과 카페·식당·기념품점·세미나실을 갖춘 테이트모던은 영국인은 물론 세계인이 찾는 예술 관광지가 됐다.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도 마찬가지. 조선소 폐쇄 뒤 산업폐기물만 가득하던 곳이었으나 바스크 지방정부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 구겐하임미술관 제5분관을 유치(1991년 개관)하면서 지역경제와 시민 자긍심 모두를 되살린 명소가 됐다.

부산 F1963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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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F1963’ 또한 썰렁한 공장터에서 따스한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경우다. F는 Factory(공장)의 앞글자, 1963은 공장의 설립연도다. 부산 수영구 구락로(옛 망미동) 123길 20. 쇳소리 가득하던 고려제강(회장 홍영철) 수영공장 자리가 책과 음악· 미술· 쉼터가 어우러진 여유와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공장 이전 뒤 황량하던 이곳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2016년. 6만㎡ 넓은 부지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렸다. 부산시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이었다. 문화는 먹물처럼 번지는 것. 고려제강은 이곳에 서점(예스24)과 갤러리(국제화랑 분관), 자동차전시관(현대모터스튜디오)을 유치하고, 예술전문도서관과 음악홀(금난새뮤직센터)을 열고, 건물 사이사이에 산책로를 만들었다.

찾아오는 이들이 쉴 수 있도록 카페와 식당도 들였다. 사무실을 겸한 키스와이어센터에선 교량 건설 등 산업기반시설의 필수품인 와이어의 역사 및 쓰임새를 살펴볼 수 있다. 문화예술과 교육, 쉼과 치유가 있는 곳인 셈이다. F1963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명소를 만드는 건 좋은 콘텐츠 확충과 세심한 고객 만족 운영이다.

부산 F1963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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