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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여성이 퇴근 후 헬스클럽을 찾아 하루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리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질'로써 승부를 거는 시대. 이른바 '웰빙(well-being) 라이프 스타일'이 새로운 트렌드다. 웰빙이란 물질적 가치나 명예를 얻기 위해 달려가는 삶보다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삶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다.

'행복' 내 생활 중심

전업주부 김인숙(34)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웰빙족'. 종교를 갖고 있는 그는 새벽 5시면 서가에서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씨는 “제가 종교가 있기도 하지만 결혼 이후 아침 명상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았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이 시간만은 나를 위해 쓴다”고 밝혔다.

그가 꾸미는 식탁을 보면 마음이 풍성하다. 베란다를 작은 텃밭으로 만들어 직접 재배한 채소로 반찬을 만들기 때문. 요즘처럼 추운 겨울도 그의 식탁 위엔 항상 파릇파릇한 상추, 치커리, 쑥갓과 베란다 구석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콩나물이 올라와 있다. 얼마 전부터는 6살, 4살 두 아이와 무순을 키운다. 물만 주면 쑥쑥 자라는 무순이 신기한 듯 큰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전, 갖다와서 엄마보다 무순에게 먼저 인사할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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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봐서는 20대 후반 미혼으로 보이는 김씨의 비법은 자연스런 생머리와 투명한 메이크업. 전업주부이기는 하지만 사회단체 활동으로 바쁜 그의 차림은 항상 굽 낮은 구두에 활동적인 복장으로 편안하고 기능적인 차림이다.

김씨는 “사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웰빙이라 한다”며 “비싼 돈을 주지 않아도 항상 즐기는 유기농 채소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이너뷰티'의 패션 때문이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를 웰빙족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남과 비교되지 않는 내 삶을 즐기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비싼 상품을 사는 명품족을 웰빙으로 착각한다. 웰빙은 삶의 질 수준을 재는 잣대를 내 자신에 대한 만족에 두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웰빙족이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현재 전업주부로 환경자원활동가로 자신의 삶을 충실히 꾸려가고 있다.

신체와 마음의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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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주요 요소 중 하나는 유기농 식품이다. 다양한 건과류와 곡식을 이용해 만든 식품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사진·웹진 향장>

아동심리연구소 상담원 이시원(29)씨는 아침촵저녁으로 요가와 명상을 한다. 식사는 주로 유기농 야채로 된 샐러드나 호밀빵 등 채식과 생선 위주다. 그리고 가격은 좀 비싸도 피부를 위해 천연 한방화장품을 사용한다. 요즘 젊은이답게 이씨는 트레이닝 룩을 즐겨 입으며 술자리가 곁들어지는 저녁 회식은 가능한 한 피한다. 대신 연구소 팀원들과 볼링장이나 영화관람으로 저녁 모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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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이라는 직업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항상 아로마향의 초를 피워놓는다. 이씨는 “아로마 향을 피우면 상담하러 오는 아이들도 차분해지면서 편안하게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자랑이다. 주말에는 남자 친구와 무박 2일 여행을 떠나거나 고급스런 스파 전문점에서 마사지와 스파를 받으며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이씨는 “상담원이라 월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내 건강을 위해 스파 전문점은 꼭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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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파와 헬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유행이다. 사진은 '헬스 인 슬림코리아' 이대점. <사진·민원기 기자>

자연스럽게, 자극적인 것은 '노'

사보 기자 김하나(31)씨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임에도 만남 장소를 까다롭게 고른다. 자극적인 커피와 콜라 대신 부드러운 차를 좋아하는 그는 수십 종의 차가 준비된 차 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왕이면 담배연기가 자욱한 곳은 피하고 꽃나무가 많은 카페를 이용한다. 김씨는 “친구들은 대부분 인라인스케이트가 유행이라고 많이 타지만 나는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찾는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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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철칙.

“자극적이고 부담스러운 것은 싫다. 자연스럽게 내 몸과 생각에 맞게.”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복지(welfare) 또는 행복(happiness)'이지만 말 그대로 잘 먹고 잘살자는 것. 누구나 꿈꾸는 삶이기에 웰빙에 대한 기대도 생각도 그 표현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웰빙을 표방하며 나온 잡지 <얼루어>의 박지선 편집장은 “웰빙은 잘먹고 잘사는 것과 함께 내가 내 일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자기 생활을 올바르게 챙길 줄 아는 사람을 웰빙족이라 본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웰빙클럽의 이상규 대표는 “현재 회자되는 웰빙의 중심을 전문 커리어 여성으로 본다”며 “이는 여성을 단순히 소비적인 주체로 생각하는 모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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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웰빙은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그 사람 각각의 자연스런 스타일이다. 이런 웰빙의 개념을 생각한다면 유행을 쫓아가는 모습보다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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