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경력 여성 '잡노마드족'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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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프리젠테이션 중인 한 여성. 하지만 실력만으로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다. 최근 여성들은 '이직'이란 방법으로 새로운 경력 쌓기를 시도하고 있다. ▶

40% “평생직장 옛말” …만족할때까지 '이직 또 이직'

'잡노마드족을 아시나요?'

대기업 전자회사에서 일하는 P(여·28)씨.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6개월 전 다른 회사에서 옮겨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또다시 '뭔지 모를 갑갑함'을 토로한다. 일에 대한 적성문제와 팀원들에 대한 불만으로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든다는 것. 혹자는 이직에 자연스러운 이들을 가리켜 '잡노마드(Job-nomad)족'라고 부른다. '노마드'란 원래 '유목민'이란 뜻으로, '잡노마드족'은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욕구와 능력에 따라 직장을 옮겨다니는 사람들'을 말한다. 얼마 전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가 직장인 4,38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36.9%)이 잡노마드족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반면 평생 한 직장에 몸담을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부분 “고작 이런 일에 평생을 바쳐야 하나” “변화 없는 조직에 싫증을 느낀다” “일상이 너무 답답하다”등을 이유로 이직을 결심한다.

스카우트 김현섭 대표는 “잡노마드족은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들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고용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웰빙(well-being) 트랜드와 이직을 보장해주는 헤드헌팅이 자리를 잡으면서 앞으로 잡노마드족은 더욱 늘어날 추세.

그런데 이런 노마드족 중에는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경우 결혼후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 직장을 포기한다는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지금은 3∼5년차 여성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직 및 퇴직이 활발하다는 사실이다.

경력관리전문업체 ANS 정해탁 대표는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하려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여성직장인들이 많다”며 “이들 중 40% 정도는 이직 문제로 고민한다”고 밝혔다. 또 미래여성연구원 김미경 원장은 “최근 한 기업 조사에 의하면 직장여성 중 40% 정도가 입사 후 3년에서 5년 사이에 그만두고 결혼 후 그만두는 사람은 10%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젊은 여성들이 현직을 버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큰 이유는 바로 '남성중심적 조직에 대한 실망감'이다. 대기업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B(여·35)과장도 입사 직후를 회상하며 “남성들 사회에서 동료로 인정받는 과정이 제일 길고 힘들었다”며 “실력뿐 아니라 체력과 강한 성격, 친화력이 있어야 하는데 실력만 있는 후배는 나머지 하나가 부족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 하나 여성들이 이직에 주목하는 이유는 '경력관리의 새로운 방법'이라는 점이다.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HR코리아가 직장인 1,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4회 정도 이직하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이직의 이유를 '연봉'(37.2%)과 '경력관리'(31.6%), '근무환경'(12.3%)으로 들었다.

영어에 자신 있는 L씨(29). 현재 외국계 기업으로의 진출을 모색중이다. 대리 승진도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남성에게 돌아갔고 해외 출장 역시 경력 짧은 남자 사원의 특혜였다. 결국 이직을 위해 헤드헌팅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즉, 여성들은 남성중심적인 기업에서 유리천장을 뚫는 방법으로 잡노마드의 길을 택하고 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유리천장 통과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바에야, 밖에서 마음껏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ANS 황미나 컨설턴트는 “여성은 미래의 자기 모습을 대변해줄 롤 모델이나 멘토가 없기 때문에 상위직급 진출에 대한 기대나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에 수동적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HR코리아 유용미 헤드헌터는 “젊은 여성들은 선배들을 통해 결혼 후 출산이나 육아 등에 대한 어려움을 간접 경험한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남녀 차별이 없고 안정적인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 유 헤드헌터는 “여성은 7년차 이상일 경우 중간관리자로서 직종 및 직급 변환이 힘들다”며 “사실상 2, 3년차에 이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감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헤드헌터가 말하는 이직 비법

1. 이직하기엔 봄이 적기. 스카웃 시장이 활발해지는 봄을 노려라.

2. 언제든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평소 철저히 준비하라.

3. 이직에 대한 분명한 동기와 목표가 커리어를 키운다.

4. 단순한 어학연수는 효과에 비해 비용이 너무 크다.

5.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라.

6. 정보가 오고가는 헤드헌팅 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

7. 자신과 일상에 대해 끊임없이 기록하라. 반성이며 곧 발전이다.

8. 외모를 관리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말자.

9. 세상은 좁다. 사표 쓸 땐 당당히, 그러나 겸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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