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초대석] 가슴전문의·표정닥터에서 책방주인 겸 독서치료사로
[W초대석] 가슴전문의·표정닥터에서 책방주인 겸 독서치료사로
  • 박성희 전문위원 / W경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1.06.05 09:49
  • 수정 2021-06-05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희의 W초대석] 이안나 옵티마성형외과 원장 & 채그로 대표

너나 없이 불안한 세상, 책 속에서 길 찾아야
20년간 수술로 명성, 이제 마음도 치유하고파
독서는 수영같은 것, 배워야 위기 극복 가능
이안나 옵티마 성형외과 원장 ⓒ홍수형 기자
이안나 옵티마 성형외과 원장 ⓒ홍수형 기자

 

서울 강변북로에서 마포 공덕동 쪽으로 접어드는 초입 오른쪽. 옵티마성형외과 7~8층, 한강뷰가 일품인 책방 ‘채그로’가 있는 곳이다. 채그로는 누구나 편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형 서점이다. 책방 옆과 아래층엔 책을 읽다 시장하면 요기를 할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다.

“오랫동안 스승을 찾아 헤맸어요. 한 분이라도 발견하면 세계 어디로든 갈 작정이었죠. 알고 보니 책을 읽으면 되는 거였어요. 시간이 없었죠. 책은 무조건 토씨(조사)까지 다 읽어야 하는 줄 알았으니까요. 알고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사람들 대부분이 책을 읽을 줄 모르더라구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고들 하는데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는다 싶어요. 책 읽는 법을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이안나 옵티마성형외과 원장이 서점 채그로 대표 겸 독서치료사로 나선 이유다. 이 원장은 3년 전부터 준비해 2019년 병원 건물 윗층에 서점 ‘채그로’를 차리고 매주 토요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독서클럽 ‘채그로에서 아침을’을 운영한다. 매주 1권의 책을 미리 읽은 다음 토요일 아침에 소감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안나 옵티마 성형외과 원장 ⓒ홍수형 기자
이안나 옵티마 성형외과 원장 ⓒ홍수형 기자

 

토요일 오전 7시 ‘채그로에서 아침을’

월 4주 가운데 2주는 이 원장이 주재하고, 2주는 토픽에 따라 다른 이가 이끈다. 한 달에 한번은 경제 관련 책을 고른다. 코로나19 이전엔 모여서 토론했으나 근래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블러그에 올린다.

온라인 운영 덕에 국내 뿐만 아니라 부산과 호주 등 멀리서도 참여한다. 1회 참여인원은 60~70명.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넓고 남녀 구분도 없다. 책도 고전부터 경제까지 다양하다. 이 원장이 바쁜 시간을 쪼개 독서 지도에 나선 이유는 하나. 말 못하는 마음의 병으로 고통 받거나 위기 대응법을 모르는 이들을 돕고 싶어서다.

“살면서 의미 있는 친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걸 봤어요. 그때마다 충격과 상처를 회복하는데 최소 5년은 걸렸어요. 겉으론 잘 살고 있는 듯 보여도 실상 위태롭지 않은 사람은 없는 듯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멘탈을 지닌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요. 극빈층이나 장애인만 도와야 할 대상이 아니다 싶어요.”

이안나 옵티마 성형외과 원장 ⓒ홍수형 기자
이안나 옵티마 성형외과 원장 ⓒ홍수형 기자

 

독서인구 적어 개인 사회 모두 위험

이 원장은 10대 20대는 물론 30대 40대, 심지어 5060도 불안해 한다고 얘기한다. 다들 괜찮은 척하며 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법을 모르다 보니 작은 먹구름이나 잠깐의 돌풍에도 쉽게 좌절하고 심지어 삶을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줄 안다는 건 수영할 수 있다는 것과 같아요. 수영을 못하면 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듯, 책을 읽지 못하면 삶의 수렁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워요. 삶의 모퉁이에서 길을 찾는 방법이 책 속에 있어요. 그런데 다들 책을 못 읽으니 자신은 물론 주위에도 조언을 하기 어렵지요. 이러다 보면 사회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

이 원장은 한국어가 너무 쉬운 게 책읽기엔 오히려 독인 듯하다고 말한다. 글자만 깨치면 읽을 수 있다고 여겨 초중고 어디에서도 책 읽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독서는 글자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문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기 싫다는 말은 잘할 자신이 없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봐요. 독서가 싫다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책을 읽고 뜻을 파악할 자신이 없다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독서는 삶의 전환기에 자신을 지키고 계발할 수 있는 길을 일러줍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책 읽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채그로 및 독서클럽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독서학교 등 콘텐츠사업도 시작하구요.”

책방 주인 겸 독서치료사로 나섰지만 이 원장의 본업은 의사다. 의대에 다니는 내내 정신과를 희망했지만 인턴 시절 ‘정신과 환자는 재발이 잦다’는 말에 놀라 외과로 방향을 틀었다. 신경외과나 흉부 외과는 시설과 장비 팀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는 사실을 알고 실과 바늘만 있으면 되는 성형외과를 선택했다.

이안나 옵티마 성형외과 원장 ⓒ홍수형 기자
이안나 옵티마 성형외과 원장 ⓒ홍수형 기자

 

기형재건· 가슴성형 전문의로 명성

이 원장의 이력은 화력하다. 경희대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형외과 전문의로 서울의료원(전 지방공사강남병원) 과장을 지냈다. 서울의료원에선 중증기형 재건 전문의로, 개업 후엔 가슴 성형 및 표정 치료 전문의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 늑간마취 시행(무증통 가슴수술)에 성공했고, 동양인에 맞는 가슴축소 수술법도 창안했다.

개업 이후 NGO 단체를 통해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돕고, 2009년부터는 인터넷 및 모바일 앱으로 가슴수술에 관한 정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처럼 환자들과 소통하고 시술기술을 공유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살핀 공로로 2012년 말 `2012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을 받았다.

서울 강남 역삼동에 있던 병원을 마포로 옮긴 건 2012년. 창 밖으로 푸른 하늘과 함께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인데다 서울역에서 가까워 지방 환자들도 오기 쉽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정신과 대신 성형외과를 택한 세월을 돌고 돌아 그는 삶의 길을 잃기 쉬운 이들을 지키고 치료하기 위한 등대지기 내지 마음치료사로 나섰다.

“수술은 하늘이 제게 잠시 빌려준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20년 동안 수술만 했어요. 반복되는 일상에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잊어버리고 삽니다. 저도 그랬구요. 이제 수술을 좀 줄이려 합니다. 매일 같은 일만 하면 새로운 일은 못하니까요. 멈춰야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구요.”

<이안나 원장 약력>

1997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성형외과학 박사.

1996~2000 지방공사강남병원(서울의료원) 성형외과 과장

1998 경희대학교 외래교수

2008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2001~현재 옵티마성형외과 원장

2019년 책과 사람이 만나는 독서플랫폼 ‘채그로’ 오픈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