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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츨러 법무장관 재선 실패 '이변'

연방정부 내각 여성의원 1명뿐

스위스 연방정부의 국무위원 선거가 치러진 지난 12월 10일은 스위스 여성들에게는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준 날이었다. 의회의 투표에 의해 내각을 구성할 대표를 뽑는 이번 선거에서 기독교 민주당의 루트 메츨러(39, 여, 법무부 장관·사진)가 재선임이 안됨으로써 이제 연방정부내각의 7개의 국무위원직은(이들은 돌아가면서 정부수반인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사회당 출신의 여성의원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남성의원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루트 메츨러는1999년 “젊고 약동적인 여성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스위스 정계의 새로운 유망주로 떠오르면서 내각에 들어섰다. 메츨러의 법무장관 직무기간 동안의 공과가 상당히 긍정적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백년 동안 전례가 없었던 재신임부결이라는 불운을 당하게 된 것은 정당들의 세력판도변화의 결과이다. 지난 십여 년간의 만성적인 경제침체를 타결해보려는 분위기가 결국은 과격한 보수우익정치가로 국내외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던 스위스 국민당의 크리스토프 블로허를 내각으로 입성시킨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 치명타는 내각의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기독교 민주당 자체가 당내의 남자의원을 지지하는 전략을 선택한 데서 왔다. 이 밖에도 자유민주당은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여성후보를 스위스 동서지역간의 균형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당내 경선에서부터 제외시켰다. 이날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스위스 여성들의 분노와 실망은 취리히, 베른, 제네바 등 많은 도시에서 데모와 시가행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여성단체에서는7개의 국무위원석 중 여성이 최소한 2석은 확보할 것이라던 믿음이 여지없이 깨지면서 이번 선거결과가 스위스 여성정치에 심각한 후퇴를 안겨준 비극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이들은 지역의 형평성은 우선시하면서 남녀대표의 균형성이 무시된것과 정당간의 세력싸움에서 불리해질 경우 여자를 먼저 희생시키는 정당 정치가들의 전략을 비판했다.

여성계에서는 남녀평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임에도 그 동안 여성대표 할당제의 문제와 여성연대조직의 구성 등에 소홀한 것이 이번 선거와 같은 결과를 부른 것이라고 자성하고 있다.

함수옥 독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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