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2019년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지원조례 가결
서울시는 구체적 시행 계획 세우지 않아

정의당 서울시당·여성환경연대 등 130개 단체
5월28일 세계월경의날 기자회견 열어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시행하라”

28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서울시청소년월경용품보편지급운동이 '코로나로 심각해진 월경 빈곤, 서울시는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지원 조레 조속한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8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서울시청소년월경용품보편지급운동본부가 '코로나로 심각해진 월경 빈곤, 서울시는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지원 조례 조속한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016년 ‘깔창 생리대’ 이후 5년이 지났지만, 10대 여성들은 여전히 월경용품이 비싸며, 구입비용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 가계소득의 감소로 경제적 부담은 더 커졌다.

학교나 도서관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원됐던 공공 생리대조차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용이 어려워졌다. 서울시의회는 모든 청소년에게 월경용품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지원조례’(이하 지원조례)를 2019년 가결했지만, 시행하지는 않고 있다. 정의당 서울시당과 여성환경연대 포함 총 35개 단체가 모인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서울시에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예산을 편성하고 지급을 시행하라고 28일 촉구했다.

여성 청소년 98.1% “월경용품 비싸”...12% “생리대 대신 휴지·수건 사용”

생리대 가격에 대해서 응답자 98.1%(1210명)이 ‘월경용품 구입에 드는 비용이 비싸다’고 밝혔다. ⓒ서울시청소년월경용품보편지급운동본부

운동본부는 이날 세계월경의 날을 맞아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월경용품 사용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일부터 20일까지 전국의 만 11세~24세 청소년 1234명이 온라인 방식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응답자 98.1%(1210명)은 ‘월경용품 구입에 드는 비용이 비싸다’고 밝혔다. 74.7%(967명)는 ‘비용이 부담돼 생리용품 구입을 망설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생리대를 아끼려고 교체 권장시간(4시간)을 넘겨 사용한 적이 있는 청소년은 74%, 휴지나 수건 등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도 12%였다.

‘코로나19 이후 월경용품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는가’라는 질문에 47.8%(590명)가 부담이 더 늘어났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등교일수가 줄어들어 학교에서 월경용품을 지원받기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아르바이트에서 잘리거나 부모의 월급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고용이 불안해지고, 가계소득이 감소해도 여성들은 매달 월경을 한다. 월경 빈곤은 청소년과 여성들의 건강을 해친다. 생리대 보편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월경용품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는가’라는 질문에 47.8%(590명)가 부담이 더 늘어났다고 답변했다. ⓒ서울시청소년월경용품보편지급운동본부<br>
‘코로나19 이후 월경용품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는가’라는 질문에 47.8%(590명)가 부담이 더 늘어났다고 답변했다. ⓒ서울시청소년월경용품보편지급운동본부

전날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2021 월경포럼’에서도 코로나 이후 심각해진 월경 빈곤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양지혜 운동본부 집행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월경 빈곤은 세계적으로 큰 화두가 되고 있다”면서 일본의 사례를 설명했다. 일본의 단체 ‘#모두의 생리’가 올해 2월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71명 중 20%는 ‘지난 1년간 경제적 이유로 월경용품 사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6%는 ‘돈이 없어 아예 사지 못한 적도 있다’고 답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3월23일 생리 빈곤 해소를 위해 생리용품 무료 배포 예산으로 13억5000만엔(14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공공기관 폐쇄 및 사용 제한이 이뤄지는 상황은 한국 역시 공공생리대 사업을 넘어 월경용품 보편지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이후 대책에 월경하는 몸은 고려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 역시 세대주를 중심으로 해, 가정 내 권리가 약한 여성, 청소년 등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월경 빈곤은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월경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2016년 ‘깔창 생리대’ 사건 당시의 시혜와 동정의 시선에서 벗어나, 기본권 침해 차원에서 월경 빈곤을 다뤄야 한다”며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은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 후보 시절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약속...
하루빨리 시행해 청소년 교육·건강권 보장하길”

28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서울시청소년월경용품보편지급운동이 '코로나로 심각해진 월경 빈곤, 서울시는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지원 조레 조속한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8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권수정 시의원이 오세훈 시장의 후보 시절 정책질의서 답변을 보여주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후보 시절,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예산을 편성하고 지급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홍수형 기자

2016년 ‘깔창 생리대’ 이후 2019년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모든 아동과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급하는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월경용품 보편지급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 조례를 발의한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에 대한 예산과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2년 동안 방관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청소년들은 월경용품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교육권과 건강권 등의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시절, 운동본부의 정책질의서에 답변하며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예산을 편성하고 지급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교육 내 젠더 관점의 월경과 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 마련에 동의했다.

이경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월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여성들의 월경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오세훈 시장은 후보 시절,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약속했다. 하루빨리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운동본부와 95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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