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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선/ 서울 잠전초등학교 교사

지난해에 출산을 하고 출산휴가로 3개월, 육아 및 건강상의 이유로 1개월 정도 학교에 나오지 않은 여교사가 성과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전교조 여성위원회(이후 여성위)에서는 전국적으로 해당 여교사를 조사, 희망 여교사를 모집해 70여 명의 여교사가 집단 진정서를 제출했고 출산으로 인한 성과급 미지급에 대한 차별 여부를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물었다. 그 결과 '출산으로 인한 성과급 미지급은 차별이다'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문을 갖고 중앙인사위원회를 찾아가 해당과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왜냐면 지금이 내년도 급여정책을 결정짓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깨어야 할 수많은 편견과 오류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요구하는 내용의 중심은 출산은 개인의 일이 아니고 국가를 잇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출산은 국가에서 보장해주고 그로 인한 차별은 없어야 하며 지난해에 이루어진 출산으로 인한 성과급 미지급은 차별이다'라는 여성부의 의견을 중앙인사위에서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직접적인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률은 1.17이다. 세계에서 2위라고 한다. 출산이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쩌면 모험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분명 학교 사회에서 위축되는 일이다.

담당자는 여성이 남성과 다르고 다르기 때문에 다른 대접을 받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귀를 의심하며 말뜻을 되물었다. 즉 여성이 남성과 다르기 때문에 여성의 고유 업무(?)인 출산으로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냐고. 담당자는 그것은 본인의 개인 생각이고 그 생각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거라고 반박했다.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 담당자를 만난 것이 아니고 개인의 의견을 물은 것도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담당자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들은 여성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리 알고 만났지만 그들은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원초적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그들을 만나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으랴. 여기서도 여성관리가 할당으로 이루어져야 하겠구나라는 여러 가지 생각이 주마간산 격으로 스쳐지나갔다. 아주 잠시 절망했지만 함께 간 선생님과 함께 출산의 의미와 현 성과급의 지급상황, 차별의 의미 등을 수차례 이야기했다.

돌아오면서 '모성보호와 육아휴직은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라는 노동부의 광고문구를 이야기하지 못한 나 자신을 힐책했고 아직도 차이로 인한 차별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기본을 모르는 그들과 같은 사람들을 깨우치게 해야 한다는 한숨 섞인 다짐을 했다. 여성이란 것도, 출산이라는 것도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장애처럼. 그럼에도 차별이 이루어지는 이 사회가, 그 일을 하는 그들이여, 제발 부끄러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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