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투명·갈색, 색깔 경쟁에 광고모델 대전도
이병헌· 공유· 방탄소년단에 윤여정까지 출동
곰표맥주, MZ세대 호응으로 편의점 맥주 1위
'제주맥주' 코스닥 상장, 교촌·BBQ도 뛰어들어
코로나19로 홈술 확산, 맛 없는 맥주는 가라

오비맥주, 카스, 클라우드 등 기존에 판매되던 맥주에 곰표밀맥주, 제주맥주까지 더해지면서 맥주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비맥주·롯데칠성음료·세븐브로이·제주맥주

맥주판에 불 났다. 맥주업계 빅3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의 치열한 경쟁에 곰표밀맥주와 제주맥주를 비롯한 수제맥주가 가세하면서 불은 더 커졌다. 하이트진로의 녹색병 맥주 테라 돌풍에 오비맥주가 녹색병 한맥과 투명병 올뉴카스를 내놓는가 하면, 빅3 모두 최고의 모델을 기용하는 등 전력 싸움도 만만치 않다.

테라가 공유, 클라우드가 방탄소년단으로 눈길을 끌자 한맥은 이병헌, 올뉴카스는 오스카상 수상자로 올해의 가장 핫한 배우인 윤여정을 내세웠다. 3곳 모두 품질과 마케팅에서 밀릴 수 없다는 얘기다. 곰표맥주 등 수제맥주가 편의점을 점령하면서 교촌과 BBQ 등 치킨업계도 맥주대전에 뛰어들었다.

맥주는 국내 주류시장의 대세다. 점유율 42.5%로 소주(24.9%)와 전통주(17.8%)를 훨씬 앞선다. 시장 규모는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맥주시장은 업소용과 가정용으로 나뉜다. 2012년 이래 둘 다 오비맥주가 1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정용 맥주 시장의 절반(49.6%)이 오비맥주 차지다. 하이트진로는 25.3%였다.

테라 돌풍에 곰표 대란까지 시장 흔들

맥주판에 불이 붙은 건 테라 돌풍이 불면서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도 불구, 테라 덕에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가정용 판매량이 120%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놀란 오비맥주가 올 들어 녹색병 ‘한맥’과 투명병 ‘올뉴카스’ 출시로 맞불을 놓고, 롯데칠성음료도 7년만에 클라우드의 디자인을 바꿨다.

여기에 수제맥주인 곰표밀맥주가 기름을 부었다. 곰표밀맥주는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와 곰표밀가루의 대한제분, 편의점체인인 CU의 콜라보 제품이다. 국산밀로 만들고 복숭아와 파인애플 추출물 등을 첨가해 과일향이 난다. 4월 말 위탁생산으로 생산량을 월 20만 개에서 300만 개로 늘렸는데도 2주만에 ‘완판’되면서 편의점 맥주 1위에 등극했다.

수제맥주 바람은 곰표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맥주의 코스닥 상장이 이뤄지고, 유통업체인 GS25와 e마트24 및 치킨업계도 가세했거나 가세할 예정이다. CU가 롯데칠성과 손잡고 곰표와 말표흑맥주 열풍을 만든 데 이어, GS25는 OB맥주와 손잡고 ‘백양BYC 비엔나라거’와 ‘노르디스크캠핑맥주’ ‘서울 IPA’ 등 콜라보 수제맥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마트24도 5월 초 ‘최신맥주’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최신맥주는 이마트 야구단 SSG랜더스의 대표선수인 ‘최정, 추신수, 제이미 로맥, 최주환’에서 따왔다고 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제너시스 비비큐(BBQ)는 지난해 7월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함께 GPA, IPA, 바이젠 등 6종의 ‘비비큐 비어’를 선보였다. BBQ의 가맹점은 1800여 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또한 최근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운영하는 인덜지를 인수했다. 1280여개 교촌치킨 가맹점을 바탕으로 치맥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홈술 증가,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 급증

이러다 보니 수제맥주 시장은 지난해 1180억원에서 2023년 3700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맥주시장이 성장률 제로에 가까운 포화상태에서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뛰어올랐다. 이러다 맥주판 전체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온다.

수제맥주 바람의 요인은 몇 가지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회식이 줄고 홈술이 늘면서 업소용보다 가정용 시장이 커진 것, 주세법이 종가세에서 종량제로 바뀌면서 수제맥주 세금 부담이 덜어진 것, 제조 및 유통 규제가 사라지고 위탁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대량공급이 수월해진 것, 멋과 맛에 민감한 MZ세대가 “맛 없는 맥주는 가라. 소맥(소주+맥주)용 맥주는 이제 그만”이라며 개성있는 맥주를 찾아 나선 것 등이다.

가정용 맥주판매 전쟁은 편의점을 맥주전시장으로 만들었다. 한맥, 테라, 클라우드 등 빅3 제품은 물론 세계 각국의 수입산, 곰표 밀맥주와 말표흑맥주, 제주맥주에 강서, 퇴근길 등 이름도 새로운 각종 수제맥주로 냉장고 2개가 가득할 정도다. 1만원에 4캔도 옛말. 작고 통통한 미니캔의 경우 1만원에 5개, 심지어 6개짜리도 있다.

빅3 무알코올 경쟁, 치킨계도 한몫

맥주 대전은 양상도 다양하다. 오비, 하이트, 롯데칠성 등 빅3는 무알코올 맥주시장과 주문자생산방식(OEM) 시장에서도 쟁탈전을 벌인다. 무알콜 시장은 ‘하이트제로 0.00'이 선점한 가운데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와 오비맥주의 '카스 0.0'이 추격 중이다.

치킨게임 양상을 보일 수도 있는 맥주대전의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오비와 하이트진로 모두 시장 수성과 공략을 위해 절치부심 중이고 롯데칠성 역시 후자의 약점과 서러움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까닭이다. 5월 26일 상장한 제주맥주가 빅3 구도를 빅4 구도로 재편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수제맥주 돌풍의 지속 여부도 단정하기 쉽지 않다. 맥주업계 관련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을 찾는 MZ세대들이 뭔가 색다른 맥주를 찾으면서 수제맥주 시장은 커지겠지만 이 추세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계속될지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제맥주는 오비나 하이트진로 등 기존 제품에 비해 맛인 진한 경우가 많은데 곰표의 밀맥주 맛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는 것이다.

곰표맥주의 경우 로고인 표곰의 귀여움과 독특한 서체 등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레트로(복고) 감성을 건드린데다 희귀아이템이라는 인식까지 겹쳐 구매 열풍이 일었지만 “밀맥주라 그런지 뒷맛이 다소 텁텁하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4캔에 1만원’이라는 편의점 공식도 수제맥주 업체에겐 부담이라고 얘기한다. 전국적으로 150개 정도인 수제맥주업체 중 대량생산이 어려운 중소업체는 유통망을 구하기 어렵고 애써 편의점에 진출해도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가격경쟁에 치중하다 보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맛 없는 맥주는 가라”는 젊은층에게 외면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비가 신제품과 영업력을 앞세워 업계 1위를 고수할지, 하이트진로가 테라 열풍에 힘 입어 맥주시장 10년 주기설을 재현할지, 제주맥주가 상장을 계기로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곰표맥주 등 수제맥주 돌풍이 코로나 19 종식 후에도 계속될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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