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시인 30주기 ①]
30주기 앞둔 해남에서 만난 고정희
‘고행·묵상·청빈’ 좌우명대로
“매사에 신중하고 정성 가득
토론할 땐 날카롭지만 늘 따뜻했던 자매”

양은선 작가가 수묵으로 그린 고정희 시인의 초상. ⓒ양은선 작가
양은선 작가가 수묵으로 그린 고정희 시인의 초상. 6월 해남에서 열리는 고정희 시인 30주기 기념 전시회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양은선 작가

“어떤 사람은 태어나 자신의 ‘이전과 이후’로 그 사회를 변화시켜 놓는다. 고정희는 그런 사람이었다.” (김승희 시인)

치열한 페미니즘, 품 넓은 기독교적 세계관, 엄정한 역사의식, 탁월한 서정성을 모두 보여준 여성주의 문학의 선구자. 고정희(1948~1991) 시인은 현대문학사의 독보적인 존재다. 1975년 등단해 1991년 타계하기까지 시집 11권을 발표했다. 신랄한 사회 비판, 처연한 서정성, 강렬하고 우아한 시어로 이름을 남겼다.

6월9일은 고정희 시인의 30주기다. 죽은 시인 고정희는 점점 힘이 세진다. 그의 삶과 문학은 지금도 회자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시인의 염원대로 “봇물 터지듯” 여성해방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여성주의 문화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신문은 고정희 시인의 글과 기록,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거장을 기리고자 한다. 

30주기 앞둔 해남에서 만난 고정희
‘고행·묵상·청빈’ 좌우명대로
“매사에 신중하고 정성 가득
토론할 땐 날카롭지만 늘 따뜻했던 자매”

전남 해남군 삼산면 송정리 고정희 시인의 묘소.  ⓒ여성신문
전남 해남군 삼산면 송정리 고정희 시인의 묘소.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을 만나려면 해남에 가야 한다. 5월의 봄, 전남 해남군 삼산면 송정리는 온통 초록이었다. 시인의 묘소 입구 뽕나무엔 오디가 벌써 검붉게 익었다. 묘 앞 멀구슬나무는 연보랏빛 꽃을 가득 피웠다. 시인과 함께한 ‘또 하나의 문화’ 동인들, 조형 전 미래포럼 이사장·박혜란 여성학자·조옥라 서강대 명예교수가 이달 중순 심은 장미 묘목도 새잎을 냈다.

해남이 ‘한국 시문학 1번지’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고정희 시인의 덕이 크다. 시인은 1948년 해남의 농가에서 8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스물일곱에 서울 한국신학대학 입학 전까지 주로 해남과 광주광역시를 오가며 일과 문학 활동을 했다. 

올해도 6월1일부터 해남 일대에서 고정희 시인 30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시그림전, 아카이브 전시, 시노래·시 낭송 공연 등이 이어진다. 6월6일 추모제엔 가족, 동료, 친지 등 70여 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시인의 생가엔 서재, 책상, 전축, LP판, 필기구가 잘 보존돼 있다. 마치 시인이 살아 여기 머무는 듯했다. 2020년 생가 뒤편을 작은 전시·모임 공간으로 개조했다. 벽엔 시인의 사진, 친필 원고, “고행, 묵상, 청빈”이라는 좌우명이 걸렸다. 매일 새벽 5시 일어나 정좌하고 단정한 글씨로 시를 써 내려갔다던 모습이 그려진다. 동행한 이명숙 전 고정희기념사업회장은 “매사에 신중하고 정성 가득했던 분”, “글이나 시대의 현안을 논할 땐 아주 날카롭고 무서운 선배였지만, 자매로 만나면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라고 추억했다.

고정희 시인 생가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한 쪽 벽에 걸린 윤석남 화백의 그림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2020년 생가 뒤편을 작은 전시·모임 공간으로 개조했다.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여성신문
고정희 시인 생가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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