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집유 2년…1심 판결 유지
재판부 “범행 반성 않고 피해자 용서도 받지 못 해"
피해자 “미투 후 3년 지나 죄 밝혀져"…민사소송 예고
동덕여대 “하일지 이미 퇴직해 징계권 없어”

제자 강제추행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하일지(본명 임종주) 전 동덕여대 교수 ⓒ뉴시스·여성신문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하일지(본명 임종주) 전 동덕여대 교수의 항소가 기각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1심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김지철 판사)는 지난 11일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없고, 이 사건 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인 점, 피고인이 이 사건을 계기로 교수직을 그만두게 된 점, 그 밖에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 전 교수는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절이던 2015년 12월 10일 학부생 A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하 전 교수 측은 “추행할 의도는 없었으며, 입맞춤은 교수가 제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애정표현이었다”라며 "피해자가 사건 후 ‘이성적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하 전 교수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작가이자 교수님으로서 존경하고 제자로서 피고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과, 성추행 피해자로서 가해자를 원망하는 마음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며 “이메일 내용을 보고 피해자가 이성적 감정을 가지고 입맞춤을 허락했다고 추단할 수 없으며,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범행 이후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메일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정황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제자 강제추행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하일지(본명 임종주) 전 동덕여대 교수.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018년 3월 미투를 통해 하일지 전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밝힌 A씨는 민사소송을 예고했다.

A씨는 여성신문에 “집행유예 결과가 나와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죄판결이 나서 다행이다. 3년이란 시간 끝에 결국 가해자의 죄가 밝혀졌다. 이제 형사재판은 다 끝난 거니까 한숨 돌리고 곧 민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A씨는 양가적 감정을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사실이 재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자로서 교수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과 성추행 피해자로서 가해자를 원망하는 마음은 공존할 수 있음을 재판부가 고려해줘서 다행이다”면서 “꼭 ‘피해자다운’ 행동을 해야지만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성추행 고발 이후 직위해제됐던 하 전 교수는 지난해 8월 31일 자로 동덕여대에서 정년퇴직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이미 퇴직한 교수라 학교는 더 이상 징계권이 없다"며 "학교 차원에서 연금을 주지 않는 등 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학내 성추행 등을 예방하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을 상시로 운영하고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성인권위원회 등도 열어 사건을 조사하고 대응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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