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나로, 18일 인권위 앞 기자회견 열고
인권침해 학칙 실태조사 결과 발표
올림머리·포니테일 하면 벌점
속옷 위에 러닝셔츠 안 입으면 경고받기도
학생들 “복장·두발 선택권은 기본권”
변호사 “인권침해 학칙, 헌법 정신 어긋나”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이제는 좀 없애자 두발 복장 규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제는 좀 없애자 두발 복장 규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속옷은 흰색만 된다”(서울 관악구 A여고), “포니테일 머리는 벌점 1점”(서울 성북구 B고). 전국 152개 초중고에는 아직도 이런 인권침해적인 복장 규제가 존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15일부터 5월12일까지 전국 학교 복장 규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학생생활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33개교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아수나로에 따르면, 아직도 ‘목선이 드러나서 야하다’ 등의 이유로 여학생들의 똥머리(올림머리)와 포니테일 머리(높게 묶은 머리) 등을 규제하는 학교가 있다. 서울 성북구 B고는 똥머리에 벌점 3점, 포니테일 머리에 벌점 1점을 부과한다.

여학생 속옷 색깔을 규제하는 학교도 있었다. 서울 관악구 A여고는 학생생활규정에 ‘속옷은 흰색만 된다’고 명시했다. 서울 서초구 C여고 모 재학생은 “C여고에서는 아직도 브래지어 위에 흰색 런닝셔츠를 입지 않으면 ‘속옷 미착용’으로 경고받는다”며 “남자 교사가 가까이서 브래지어를 손가락질하며 ‘속옷 미착용’이라고 혼낼 때면 매우 모욕적이다”고 전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이제는 좀 없애자 두발 복장 규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8일 김토끼(17·가명)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소재 D여고에 다니는 김토끼(17·가명)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첫날 교단에 불려 나갔다. 보라색 두 줄이 포인트로 들어간 흰 양말을 신었다는 게 이유였다. 학생지도부장 교사는 친구들 앞에서 김씨 바지를 걷고 ‘이렇게 생긴 양말은 금지다. 흰색 또는 검은색 양말만 허용이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재학 중인 D여고 학생생활규정에는 ‘동복 착용 시 흰색 또는 검정색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규정 외 양말 착용 시 벌점 2점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자신의 복장과 두발을 선택하고 개성을 실현할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학교가 학생의 복장과 두발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며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있지 않다는 증명이다”고 지적했다.

강영구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학생 복장 규제가 헌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이에 모든 국민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자유도 갖는다. 학생들은 자신의 머리 스타일과 치마 길이를 스스로 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모든 기본권은 제한될 수 있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머리를 묶지 않는 게 어떻게 국가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어기는 행위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강 변호사는 “UN아동권리협약 제28조는 ‘당사국 정부는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칙개정 명령을 학교 측에 적극 권고하지 않는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는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이제는 좀 없애자 두발 복장 규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8일 강영구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맨 왼쪽) '이제는 좀 없애자 두발복장규제'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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