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화장실법 제정한 나라
깨끗하게 한다며 시행령 고쳐 쓰레기통 없애
코로나19 의심증상 있으면 이용 자제하라고
법과 시설 확충보다 국민 의식 개선이 우선

살다 보면 어머, 이럴 수가싶은 일을 만나게 됩니다. 왜 그런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도 있고, 우스우면서 서글픈 일도 있습니다. 시대에 동떨어진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거꾸로 놀랍고 반가운 장면도 마주합니다. 아쉽든, 미소를 머금게 하든 모두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방방곡곡 360도 돌아보려 합니다. <편집자>

경남에서 현직 교사 2명이 학교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사용하신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 주세요.
물티슈는 변기 막힘의 원인이 됩니다.”

“변기가 막혀요... ㅜ . ㅜ 
화장지는 휴지통에!!! ”

“여러분~!
변기에 휴지를 버리지 마세요. ㅠ ㅠ
변기가 아파해요.”

공중화장실은 물론 건물 화장실마다 붙어 있는 문구들이다. 유행어가 됐던‘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거의 사라졌다. 내용은 같다.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해달라’는 것이다.

문구는 대동소이하지만 개중엔 여자화장실의 문제점(생리대 처리 등)을 적나라한 용어로 지적하면서 ‘계속 그러면 적발해서 조치하겠다’는 협박조도 있다.

‘위생의 경우 시설보다 의식이 먼저’라고 한다. 화장실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의 시설은 훌륭하다.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 덕분일까. 에어컨에 실내 조경, 사용 여부를 알리는 불빛까지~~.

이런 공중화장실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을 거치면서 정부와 민간 모두가 힘을 모은 데 따른 성과다. 2004년 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화장실 관련 법이라고 할 정도다.

법까지 만들어 규모와 시설을 확충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도 현실은? 화장실 문엔 여전히 ‘휴지는 휴지통에 넣어라’ ‘변기에 이물질을 넣지 말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다.

ⓒ여성신문
ⓒ여성신문

그것도 모자라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공중화장실 이용수칙’까지 등장했다. 화장실 문 안쪽에, 그러니까 양변기에 앉으면 보이는 자리에. ‘마스크를 착용하라,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라. 30초 이상 손을 씻어라’ 등은 그렇다 쳐도 ‘의심 증상 있는 경우 이용 자제’는?

어쩌란 말인가. 양변기에 앉은 상태에서 볼 일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 의심증상은 뭘 뜻하는 걸까. 화장실에 갈 때마다, ‘변기에 이물질을 넣지 말라’, ‘물 내리는 손잡이를 3초 이상 꾹 누르라’는 문구나 바닥에 널부러진 휴지 조각을 보면 ‘위생은 시설보다 의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공중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일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히 지켜야 할 질서이자 도리, 상식이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거나 법이나 수칙을 만들어 규제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싶다. 2018년 행정안전부에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 대변 칸 휴지통을 없앤 일만 해도 그렇다.

더 청결한 공중화장실을 만들겠다는 이유였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처치 곤란한 물휴지 등을 넣는 바람에 변기는 막히고 생리대함에 각종 쓰레기가 쌓였다. 결국 공공기관 건물을 제외한 민간건물 화장실에선 쓰레기통을 다시 비치하고 있다. 

화장실 이용방식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일은 안타깝다. ‘코로나19시대의 화장실 이용수칙’을 써붙여야 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의심 증상 있는 경우 이용 자제’는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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