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홍수형 기자
서울고등법원 ⓒ홍수형 기자

고위험군 산모의 분만 유도 과정에서 제왕절개 등 적절한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17일 인천지법은 고위험군 산모 A씨의 분만을 돕던 중 위급 상황에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54살 의사 B씨에게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건 발생 전날 오후 양수가 흐르는 상태로 산부인과를 찾은 뒤 고위험군 산모로 분류됐다.

병원은 산모에게 유도분만을 촉진하는 '옥시토신'을 투여했다.

옥시토신을 투여받은 산모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산소를 공급하거나 응급 제왕절개술을 실시해야하며, 의료진은 자궁 과다수축이나 태아 심박동 변화 등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했다.

B씨는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당직 의사로 근무했지만 유도분만을 촉진하는 '옥시토신'을 투여받은 해당 산모의 자궁수축 빈도와 압력을 측정하지 않고 태아 심박동 수가 이미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태아의 이상 상태가 확인된 시점에 당직 의사인 피고인이 제왕절개 등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사망했고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주치의가 아닌 당직 의사로서 산모와 태아의 경과를 처음부터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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