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임혜숙 과기부 장관 임명 두고
‘여성 할당제’ 언급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여성 할당제’가 때 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이유가 성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야당 여성 의원들이 앞장서 “여성 할당제 정신 희화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장관 임명 건은 여성 할당제로 인한 문제가 아닌 청와대 인사 기준과 인재풀에 대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숙 “문재인식 페미니즘… 양성평등 후퇴”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첫 여성 과기부 장관이다. 임 장관은 대한전자공학회 최초 여성 학회장을 지내는 등 전자공학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족의 국외 출장 동반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야당은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과학계 대표 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가 임 후보자의 표절 의혹에 대해 “표절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페이스북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에 대해 쓴 답글이다. ⓒ ⓒ윤희숙 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페이스북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에 대해 쓴 답글이다. ⓒ윤희숙 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이 진출하려면 성공한 여성이라는 로망, 또는 롤모델이 필요하다”며 임 장관 임명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능력과 자질이 모자라도 여자라 상관없다는 게 문재인식 페미니즘?”이라고 적었다. 그는 “‘찾기도 힘든데 30% 채우기 위해 그냥 임명’이라는 청와대와 여당의 발언은 양성평등을 크게 후퇴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한 것은 세상 모든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공직자는 ‘여성 장관’이 아니라 ‘과기부 장관’”이라고 적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지난 11일 “결격 사유가 분명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공정·균형의 원칙에 서 있는 여성 할당제도의 정신을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이 여성 공격… 문제 본질 흐려

대통령의 장관 임명의 본질은 인사 문제다. 그러나 인사 문제를 공격하기 위해 여성 할당제를 언급하며 여성 대표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잘못된 접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장관 임명 건은 여성 할당제로 인한 문제가 아닌 청와대의 인사 기준과 인재풀에 대한 문제”라며 “인사 문제에 대한 비판이 아닌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여성 할당제를 형해화 할 수 있으며, 결국 여성 정치인인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방식의 공격은) 당내에서 여성 할당제 폐지를 촉구하는 안티 페미니즘 주장에 대한 동조로도 읽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각 여성 할당제’는 없다

현재 정부조직법상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그리고 임혜숙 장관까지 총 4명으로 여성 장관 비율은 22.22%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여성신문사와 여성단체가 주최한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출발할 때는 30% 수준에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임기 내 남녀 동수내각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약집에는 “실질적 성평등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남녀 동수내각 구성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담았다. ‘여성 할당제’를 법제도로 명문화 하진 않았으나, 능력 있는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여성 할당제’와는 거리가 멀다. 여성 할당제는 고위직 대부분을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불평등한 현실에서 여성의 참여 비율을 높이기 위해 명문화한 적극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18명의 장관 중 여성을 반드시 30%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문이나 지침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실현되지도 않았다.

여성 할당제가 시행 중인 대표적인 영역은 국회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의 일정비율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하는 여성 할당제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는 기회를 제공했다. 17대부터 비례대표 후보의 50%는 여성에게 할당됐고 지역구 여성 의원도 더디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직에서는 사실상 ‘남성 할당제’를 시행 중이다. 2003년 도입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남성이나 여성 등 한쪽 성 비율이 채용 인원의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남성이 혜택을 입고 있다. 서울신문이 국가·지방직 공무원 채용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3~2020년까지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통한 추가 합격자는 남성 2004명, 여성 1046명으로 남성이 두 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직 8·9급 공채를 살펴보면, 양성평등채용목표제 혜택을 본 사람은 2006년 남성 130명(여성 101명), 2008년에는 남성 170명(여성 66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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