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여고 재학생 김토끼씨
“학생부장이 규정에도 없는
양말·교복·조끼 착용 지적
학생을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서
‘학교규칙으로 복장제한 가능’ 조항 삭제됐지만
“여전히 학생에겐 불합리한 교칙 투성이...
교육청이 나서서 학교 압박해야”

ⓒ홍수형 기자
“이제는 좀 없애자. 용의 복장 규제.” 고등학생 김토끼(17·가명)씨는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복장 규제를 개정해달라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토끼(17·가명)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첫날 교단에 불려 나갔다. 보라색 두 줄이 포인트로 들어간 흰 양말을 신었다는 게 이유였다. 학생지도부장 교사는 친구들 앞에서 김씨 바지를 걷고 “이렇게 생긴 양말은 금지다. 흰색 또는 검은색 양말만 허용이다”라고 했다. 

바지교복을 입는 김씨에게 “바지교복은 ‘정복’이 아니라 ‘보조품’”이라며 공식 행사가 있는 날이면 치마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답답해서 조끼 단추를 풀었을 때는 “조끼 단추는 당연히 잠그고 다녀야 한다. 너희 반은 왜 그 모양이냐”고 했다.

규정엔 없는 내용이다. 김씨가 재학 중인 서울시 A여고 학생생활규정에는 ‘동복 착용 시 흰색 또는 검정색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규정 외 양말 착용 시 벌점 2점을 받는다’고만 명시돼 있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서
‘학교규칙으로 복장제한 가능’ 조항 삭제됐지만
“여전히 학생에겐 불합리한 교칙투성이...
교육청이 나서서 학교 압박해야”

김씨는 4월18일 ‘학생인권 침해하는 용의 규정, 개정하도록 교육청이 나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서울시교육청

‘학교규칙으로 복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단서 조항은 3월25일 사라졌다. 하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교육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요. 학교에서 복장 규제를 할 수 없도록 교육청이 학교를 압박하고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적극적 행동을 벌여야 합니다.”

김씨는 4월18일 ‘학생인권 침해하는 용의 규정, 개정하도록 교육청이 나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교육청 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5월18일까지 1000명 이상 동참하면 교육청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김씨는 “용의 규정이 단순히 학생들을 불편하게 해서, 꾸밀 수 없게 해서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라고 쓰고 통제라고 읽는 규정들이 학생을 하나의 자주적인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5월15일 기준 436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김씨 청원 댓글 창에는 김씨 청원에 동의하며 복장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학생들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흰 교복을 입었다고 학생 속옷 규정을 만들어 단속할 게 아니라 교복을 바꾸세요“, “학교는 학생들이 편안하게 생활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단지 학교의 명성과 이미지를 추락시킨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학생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하복을 입은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하복을 입은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여성신문

여러 학교들은 학생 복장 규제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특성화고의 경우)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씨가 반박했다. “교복을 입지 않고 복장 규제가 없는 학교 학생들도 대학에 잘 가고 취업도 거뜬히 해내요. 교복이 ‘학생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어른들도 있는데, 정작 본인에게 교복을 입으라고 하면 싫어할 거잖아요.”

김씨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학생 복장 규제는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할 계획이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에도, 교육청 청원에도 바뀌지 않은 현실을 개선하고 싶어서다.

김씨는 같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모인다면 희망이 있다고 본다. “학업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교육청과 학교, 교사를 상대로 목소리를 낸다는 게 부담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복장 규제 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고, 학교도 바뀔 수 있어요. 같은 어려움을 가진 많은 청소년이 청원에 동참하고, 복장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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