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울 엄마. 엄마도 스무 살 ​시절이 있었건만 우리는 엄마는 엄마로 태어나는 줄 안다. ⓒ박효신
스무 살 울 엄마. 엄마도 스무 살 ​시절이 있었건만 우리는 엄마는 엄마로 태어나는 줄 안다. ⓒ박효신

 

“엄마, 안 들려? 왜 말귀를 못 알아듣고 딴청을 해?”자식 말 얼른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짓 한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알았어, 알았어’ 하지만

귀 어두워 남 앞에 서기 두려워진 지 벌써 오래랍니다.

“엄마, 제발 질질 흘리지 좀 마. 이거 안 보여?”간장, 설탕, 고춧가루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만들었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웃음 머금고 ‘그래, 그래’ 하지만

이미 눈이 침침해져 세상이 뿌옇게 보인 지도 오래랍니다.

“에구 짜! 도대체 소금을 얼마나 넣은 거야? 못 먹겠다.”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어쩌냐 어쩌냐’ 멋쩍어 하지만

혀끝 감각 무디어져 맛을 모른 지도 벌써 오래랍니다.

“글쎄, 먹기 싫다는데 왜 그래. 제발 귀찮게 좀 하지 마!”눈치 없이 자꾸 음식 디민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주어도주어도 덜 준 것만 같아 속 끓이는 것이 엄마랍니다.

“아버지는 원래 그러니까 엄마가 좀 참아.”엄마가 져야 큰소리 안 나고 편안하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걱정 마 걱정 마’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참는 것만 입력된 인조인간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엄마 괜찮지?”

힘없어 주저앉으면서도 ‘괜찮아 괜찮아’ 하는 것이 엄마랍니다.

나이 들어 걸음 둔해진 엄마는

당신 나이 든 것까지도 자식에게 미안해 많은 걸 숨긴답니다.

온 힘 다해 쥐고 있던 끈,너무 힘겨워 한순간 놓쳐버리면 그만 스르르 무너지고 마는 것을.

지금,

중환자실, 저 문 안에서 혼자 힘겹게 싸우고 있는 엄마, 딸은 또 한 번 바보같이 이런답니다.‘엄마 괜찮지? 우리 엄마는 강하니까 이겨낼 거야’

10여년 전 엄마 쓰러지셨을 때 중환자실 앞에서 못난 딸은 울엄마는 강하니까 만을 되뇌이고… 울 엄마는 그 후 5년을 더 사시고 돌아가셨다. 매년 어버이날만 되면 회한과 그리움이 밀려와 그때 중환자실 앞에서 울며 적은 글을 꺼내어 읽어본다.

울 엄마 아빠가 일주일만 내 곁에 와 머물다 갈 수 있다면 내 남은 날 들 다 내어주어도 좋으련만…

박효신<br>
박효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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