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나 활동가 강연 결국 무산
여성단체 100여곳‧개인 5000명
‘여성전진 공동행동’ 공동 성명

여성단체들이 페미니즘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구하며 ‘반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인 포항공과대학교 사태를 규탄했다. 사진은 포항공대 전경. ⓒ포항공대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10일 성명을 내고 포항공대 디지털 성폭력 근절 강연 취소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포항공대 전경. ⓒ포항공대

포항공대에서 일부 남학생들의 반발로 페미니즘 강연이 무산되자, 여성단체와 여성들이 “여학생들의 신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하고 폭력을 유도한 남학생들을 징계하라”고 학교 측에 촉구하고 나섰다.

여성단체 100여곳과 개인 5000여명으로 구성된 연대체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10일 성명을 내고 디지털 성폭력 근절 강연 취소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 전 대표는 포항공대 총여학생회 초청으로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4월30일 온라인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개드립', '에펨코리아', '보배드림' 등 대형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 잇따라 강연 저지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해 "도와달라"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 전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글의 일부를 캡쳐해 커뮤니티에 올린 뒤 "'남성 혐오' 표현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강연을 주최한 총여학생회 구성원의 개인 신상을 털어 남초 커뮤니티에 유포하며 위협했고, 학교에 직접 항의하며 총여학생회를 압박했다. 결국 학내외에서 쏟아진 항의와 위협에 총여학생회는 5일 결국 강연 취소를 결정했다.

ⓒ여성전진 공동행동
ⓒ여성전진 공동행동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개인 신상을 유포한 행위를 “여성운동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이라며 재발을 막기 위해 학교 측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디지털 성폭력 근절 강연을 취소시키고자 디지털 성폭력 온상인 대형 남초 커뮤니티에 가담을 요청하고 여학생들의 신상 공개 등을 유도한 일부 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조사와 징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강연이 취소됐지만 포항공대 일부 남학생들은 총여학생회 폐지를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더라도 여학생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종식되지 않고 일상의 두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학교 측이 일부 남학생들의 집단 행동을 저지하지 않는다면 다음 표적은 총여학생회 구성원 개개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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