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부모연합 등 단체
10일 한부모가족의날을 맞아 국회 앞 기자회견
“건강가정기본법서 ‘건강’ 삭제해야
한부모가족 낙인 사라질 것...
정부가 양육비 대신 받아내
한부모가족 경제적 어려움 덜어달라”

한국한부모연합,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서울한부모회가 10일 한부모가족의날을 맞아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국한부모연합,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서울한부모회가 10일 한부모가족의날을 맞아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수형 기자

10일 한부모가족의날을 맞아 수십년간 홀로 아이를 키운 여성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한부모연합,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서울한부모회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인과 편견을 조장하는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받아내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달라”고 촉구했다.

한부모가족의날은 2018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그간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도 늘었고,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과 낙인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완전히 해소하려면, 관련 법제도와 담론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이 여전히 구시대적 가족관을 담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제8조), “가족구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제9조) 등 법조문을 예로 들며, “법적인 결혼 없이 자녀를 출산한 미혼모·부 가족, 이혼 혹은 사별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족은 이 법에 따르면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법에서 ‘건강’을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가족의 ‘건강성’을 가족 형태로 규정짓지 말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원을 ‘가족들’로 칭하기 위해서는 ‘건강’이라는 말을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며 “‘몸과 마음이 튼튼함’이라는 ‘건강’의 정의가 왜 ‘가족’ 앞에 수식어로 붙어야 하나? 한부모가족 당사자가 편견과 낙인을 조장하기에 고통스럽다며 거부하는 법을 왜 고집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한부모가족 당사자들은 각자 겪은 고충과 차별을 얘기하며 법제도 개정을 요구했다. 최형숙 인트리 대표는 “저는 혼자 낳은 아이와 살다가 결혼했다. 제가 미혼모라는 이유로, 아이가 혼인 관계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들은 저희 가족이 ‘특별한 가족’이라고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차별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혼인으로 만들어진 가정이든 미혼한부모 가정이든, 국가가 그 가족과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 국회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통해 세상 모든 가족이 존중받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현영 서울한부모회 대표는 “저는 20년간 양육비도 못 받고 혼자 세 아이를 키웠다”며 “아이들과 잘살아 보려고 고군분투했지만 국가의 복지서비스 체계에 들어가려면 늘 가난을 증명해야 했고, 아이들과 대화 시간이 부족해 상처와 갈등이 쌓였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가 조금이라도 양육비를 받았다면 경제적 어려움도 덜고 아이들과 정서적 유대를 쌓을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양육비 미지급자 형사처벌이 강화된 것은 반갑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무능력한 부양육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한부모연합,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서울한부모회가 10일 한부모가족의날을 맞아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국한부모연합,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서울한부모회가 10일 한부모가족의날을 맞아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편 여성가족부는 △아이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 우선주의’ 폐기 △‘법적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혼 커플, 아이 엄마의 협조 없이 아이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비혼부 등을 ‘다양한 가족’으로 포용하고 사회적 돌봄 체계 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4월27일 밝혔다.

한부모가족 당사자들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시설 하나, 기관 하나 더 늘리려는 정책은 하지 말라. 맞춤형 지원·일자리 정책, 개개인의 행복을 전제로 하는 아동 중심적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최근 언론 보도된 미혼한부모가족 관련 사건사고를 언급하면서 “수많은 저출산 정책과 가족 관련 지원 기관, 늘어나는 복지예산에도 불구하고 미혼한부모, 청소년 부모들은 위기에 내몰려 있다”며 “보편성, 정상성 운운하지 말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가족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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