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MZ 세대의 ‘안전 이별’ 방식, ‘연애의 참견3’
[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MZ 세대의 ‘안전 이별’ 방식, ‘연애의 참견3’
  •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21.05.08 08:21
  • 수정 2021-05-08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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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Joy ‘연애의 참견3’
 KBS Joy ‘연애의 참견3’ 사진= KBS Joy
 KBS Joy ‘연애의 참견3’ 사진= KBS Joy

내 얘기도 아닌데 TV 속 남녀 주인공의 연애에 빠져들곤 한다. 그들의 사랑이 무르익어갈 때 심장은 두근거리고 같이 행복감에 젖지만, 오해와 갈등으로 이별할 땐 안타깝고 슬픈 감정이 가득해진다. 수많은 낭만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진 TV 속에서 이별에 집중한 프로그램의 존재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한다.

사랑 아닌 이별 여부에 집중

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3>(이하 <연참3>)는 2018년 첫 시즌이 등장한 이후 시즌 3까지 방영되고 있는, 입 쎈 언니와 오빠들이 다양한 시청자들의 연애 사연에 참견하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방송 오프닝에 “연애 지옥에 빠진 이들을 구하러” 온 “로맨스 파괴 프로젝트”를 선언하며 시작하는 이별 상담 고민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코너는 알쏭달송한 ‘썸’을 다룬 ‘썸&톡’, 시청자의 사연을 카카오톡 이야기로 재구성한 ‘짤의 전쟁’과 사연을 드라마 형식으로 재연한 ‘연참 드라마’로 구성된다. 썸인지(Yes 썸), 썸이 아닌지(No 썸)를 판별하는 ‘썸&톡’ 코너가 낭만적 사랑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과 달리, ‘짤의 전쟁’과 ‘연참 드라마’는 현재 연애 중인 사연자의 연애 지속 여부, 즉 이별 여부를 다루는데 이것이 메인 코너다.

<연참3>이 여타 연애 상담 프로그램과 차별적인 부분은 5명의 고정 출연진이 가진 그들 본연의 서사와 이미 구축된 캐릭터가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이를 장치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연참3>의 MC는 곽정은, 김숙, 서장훈, 주우재, 한혜진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성별과 세대, 이혼 유경험자, 다수 연애 경험자와 같은 서로 다른 속성을 지녔다. 연애와 이별에 대한 저마다의 상이한 경험은 사연에 대한 시각 차이를 가져오고 다른 입장에서 남들의 연애에 참견토록 하면서 활발한 토론과 논쟁을 만들면서 프로그램의 서사가 된다. 특히 이혼의 경험과 다수 연애를 경험한 MC들의 개인적인 서사는 사랑의 낭만성에 현실성을 가미하면서 현실에 발을 디딘 이별의 결단을 하도록 만든다. 출연진의 이전 프로그램 캐릭터 역시 <연참3>에서 또 다른 장치로 활용되는데, 비슷한 유형의 연애 고민 프로그램인 <마녀사냥>(JTBC)에 참여했던 한혜진과 곽정은은, 과거 프로그램에서 센 언니, 연애를 잘 아는 언니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했고 이러한 캐릭터가 <연참3>에서도 연결된다. 이처럼 고정 출연진들이 가진 배경들은 제작진에 의해 이들의 프로그램 내의 역할 배분에 정교하게 활용되고 있다.  

 KBS Joy ‘연애의 참견3’ 사진= KBS Joy
 KBS Joy ‘연애의 참견3’ 사진= KBS Joy

사회적 영역이 되어버린 이별

<연참3>에서 우리 시대의 이별에 대한 풍경을 읽어낼 수 있는데, 이별 여부와 방식은 수많은 이별 지침과 가이드가 작동하는 사회적 산물임을 볼 수 있다. 사연 시청자가 이별을 할지 말지, 그리고 이별을 해야한다면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를 이 프로그램은 MC들의 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더 이상 이별은 개인들의 감정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인정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가치판단이 적용되는 사회적 영역이 된 것이다. 또한 <연참3>는 이별에 대해 단순하고 명쾌한 헤어짐의 원칙으로 제시하진 않지만, 출연진들은 다양한 상황과 입장을 고려하고 남녀의 입장차이 그리고 출연진의 개별 경험에서 오는 이해와 허용의 가능성 등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친다. 이러한 <연참3> 출연진들이 건네는 참견 속에서 이별 기술은 정교화해지고, 공유되면서 정형화된다.

<연참3>와 같은 이별 상담 프로그램은 이별이 더 이상 실패가 아닌 끊임없이 개인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자원으로 바꾸며,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이별 방식에 대한 데이터가 된다. 이는 이별에 대한 중요성, 특히 ‘안전 이별’에 대한 관심과 그 궤를 같이한다. 뉴스 보도를 통해 접하는 이별 과정에서 겪는 사건/사고들, 연애를 거절했을 때 겪게 되는 참혹한 현실들은 이별과 거절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킨다. 이별 할 때 안전과 생존에 대한 걱정이 당연시되는 지금 이별의 모습이 프로그램에 투영되고 있다.

연애 관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며 개인의 감정에 달려있다. 하지만 <연참3>가 보여주는 이별의 기준과 이별 방식에 대한 경험을 앞세운 입 센 언니와 오빠의 참견은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연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하나의 자원이자 데이터가 된다. 또한 점점 안전 이별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산물로서의 연애와 이별에 대한 풍경을 그려낸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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