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 한 번은 거쳐야 하는 평생교육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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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향 총장은 교육정책의 기본을 전인교육이라고 강조한다.▶

'학습에 대한 열의만 있으면 언제라도 배울 수 있는 대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총장 조규향, 이하 방송대)는 1972년 개교한 이후 30여 년간 배움에 목말랐던 이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존재였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이 무려 30여만 명, 재학생만 해도 20만 명으로 명실상부 '온 국민 평생교육의 메카'로 그 위상을 확실히 세우고 있다. 2004년 1학기부터 '문화교양학과'와 '관광학과'신설, 재소자 교육 프로그램 개설, 등록금 차등납부제 도입, 이러닝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방송대.

지난 8일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방송대에서 학벌보다는 실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조규향 총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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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태>

- 방송통신대학이 생긴 지 벌써 30년이 됐다. 그간 위상도 크게 높아졌는데,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어 운영했나?

“방송대는 개방형 원격교육기관이며 이념은 평생교육이다. 단지 졸업장이나 학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배움에 대한 열의가 있는 사람, 남들과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학교는 연구중심의 대학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과거 방송대는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입학한 학생들이 많았다. 현재는 사회생활과 접목된 살아 있는 지식을 익히기 위한 학생들이나 전문교육, 재교육을 통해 지식정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는 방송대의 위상이 이것이다 정립하지 않아도 학생들 스스로 첨단 지식과 정보를 전수하는 평생교육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첨단 시설과 전통대학의 장점 고루 갖춰

- 일반대학과 비교해볼 때 방송통신대학의 장점은 무엇인가.

“방송대는 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신기술을 때맞춰 활용해왔다. 라디오에서 출발해 TV와 Tape시대를 거쳐 이제 인터넷 교육시대를 맞고 있다. 또한 전통대학이 갖는 장점을 접목시키고 있다. 전통대학이라 하면 일정한 공간(캠퍼스)에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수 간의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방송대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14개 시도지역대학, 35개 시군학습관을 갖고 이를 적극 활용해 출석수업을 하고 있다. 각 캠퍼스는 컴퓨터 실습실, 멀티미디어 도서실 등 학습자 중심의 첨단원격교육시설이 마련돼 학생들의 학습편의를 돕고 있다. 이처럼 최첨단과 전통대학의 장점을 고루 갖춰 국민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곳이 방송대다.”

- 들어가기는 쉬워도 졸업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졸업이 어렵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 학교의 자부심이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아무나 졸업할 수 없는, 그야말로 실력으로 졸업해야 하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졸업이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학교가 워낙 방대하고 개방형이라 보조자료 등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곰살갑게 챙겨주지 못하는 것과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는 보조자료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

방송대학 위성TV, 라디오 방송강의, 방송강의 LOD(Learning On Demand) 시스템, 출석수업, 쌍방향 원격영상강의 시스템, e-book 등 어느 장소나 시간대에도 공부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한 각 지역 학습관에는 수업조교와 튜터 제도가 있어 직접 만나 얘기할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쉽게 공부할 방법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공부할 의욕이 있어야 한다.

10대에서 70대까지, 주부에서 정치인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대학으로 각각의 능력이 다르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 학점을 신청해 차분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공부하는 엄마 보며 자녀들도 스스로 터득”

- 재학생 중에 유명인사들이 많은데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송대의 매력이라면.

“방송대 출신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이 서울대 다음으로 많다. 알려진 사람들만 봐도 올해 편입한 남경필(경제 3), 이성헌(경영 3), 전용학(경제 3) 의원, 오종남 통계청장(영문 3), 연예인 심혜진(방송정보학) 씨 등이 있다. 실질적으로 방송대에 다닌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 유명인들이 더 많다. 정치인들의 경우 지식과 기술도 필요하지만 국민중심의 방송대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큰 매력이고 서민들의 밑바닥 얘기를 샅샅이 알 수 있어 일부러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 방송대에 여성이 많다고 들었다.

“전체 재적학생이 20여만 명 정도 되는데 이 중 여성이 66퍼센트 차지한다. 주부들만 18퍼센트로 여성들, 특히 주부들의 학구열이 상당히 높다. '주부가 아니라 공주(공부하는 주부)'라는 광고와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웃음). 남성들에 비해 여성, 특히 주부들은 학구열뿐 아니라 동아리 활동이나 스터디 모임 등에 적극적이다. 주부들이 공부하면 개인뿐 아니라 집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많은 주부들이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공부하는 엄마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공부를 한다고 좋아한다. 집에서 부인, 며느리, 엄마로 1인 다역을 하는 주부들이 공부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들을 독려하기 위해 각 지역대학에 유아방까지 설치했다. 꼭 학위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있음을 생각하고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 총장께서는 올초 교육부총리로 지목받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평이 많다.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아마 국내 교육문제를 명쾌히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님밖에 없을 것이다(웃음). 교육정책의 기본은 보통교육이다. 체력, 능력, 기술, 정서 등의 기본기를 갖춘 전인적인 교육이 절실한데 갈수록 자녀수가 적다보니 부모들의 욕심이 크다. 초중고 때는 그냥 놓아뒀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억지로 집어넣는 것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초중고 교육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무상교육을 해야 하며 대학의 경우 자신의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사항으로 둬야 한다. 물론 우리 대학처럼 국민의 기초교육에 충실한 대학은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 예전에 청와대 여성담당으로도 계셨는데 여성신문을 위해 한마디 해주시길.

“여성신문이기 때문에 여성문제를 부각해야겠지만 사회 전반에 관해 함께 다뤘으면 한다. 사회는 한 생각, 한 문화, 한 언어가 지배하는 것보다 다양한 문화의 충돌이 있어야 발전한다. 여성신문도 여성문제만 다룰 게 아니라 전체 사회 속에서 여성의 역할 등을 직시해 다양하게 다뤄줬으면 한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조규향 총장은 1942년에 태어났다. 1964년 서울대 법과대를 졸업했지만 66년 제4회 행정고시에 합격, 문교부 사무관으로 출발하면서 교육과 연을 맺었다. 1990년 교육부차관, 1993년 국정교과서(주) 사장, 96년 부산외국어대학 총장, 98년 대통령 사회복지수석비서관, 99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 2000년 서울 디지털대학교 총장을 역임했으며 2002년 10월부터 한국방송통신대 제4대 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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